어디서나 이방인이니까

외로움이 숙명

어쩌면.

인도네시아로 몇 년 가 있을지 모르겠다.

남편 회사에서 주재원 이야기가 있었고, 통 마음 붙이지 못하고 겉도는 하루하루를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한 번 자원해 보라 권유했고 꽤 확정적으로 가게 될 것 같다고 한다. (지원자가 없다고. 요즘은 주재원이 전처럼 인기 있지는 않다고 한다)


처음엔 '나도 드디어 해외 살이를!'이라는 생각에 설레었는데 흥분이 지나가고 나자 현실이 보인다.


- 여기서 너무나 행복하게 지내는 아이의 적응, 국제 이사,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문화, 힘찬이를 데려가는 일,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수입감소, 악명 높은 자카르타의 공기와 수질, 가족들과의 헤어짐(특히 혼자 계신 시아버님) 등등...


'아이에게 좀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 '살면서 한 번쯤은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도 물론 있지만, 사실 당장의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갈급함이 가장 큰 이유였기에.


그리고 문득문득 슬퍼지는 건,

몇 년간 일지라도 나의 떠남을 아쉬워해주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


이런 복잡한 마음을 남편에게도 털어놓지 못해 혼자 오독오독 여러 번 곱씹기만 한다.

그저 누군가에게 툭 털어놓고 싶은데, 그럴 사람이 없다는 게 가끔은 사무치게 외롭다.


떠남이 그나마 홀가분한 이유는,

이미 난 40년 넘게 산 이곳에서도 이방인처럼 충분히 외로워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외국이라 그래'라고 그럴듯한 명분을 줄 테니까.


여기서도 이처럼 살고 있으니,

이방에서 이방인처럼 사는 게 어쩌면 더 어울리지 않을까.


나에게 외로움은 숙명 같은 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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