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시인의 산문집을 보며 운다.
그리고 아닌 게 아니라 때로는, 산다는 게 지저분한 오물들을 입안에 잔뜩 처넣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이 입안에서 그 오물이 자꾸만 커져가는 듯하고, 그러한 느낌, 그러한 의식 자체가 우리의 숨통을 짓눌러오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우리가 퍼질러 앉아 있는 그 자리에서 일단은 떠나야 한다는,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씩씩하게 걷다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이 꺾이는 당황스러움을 겪어보았기 때문에 울 수 있었던 구절.
삶이 구질한 오물 덩어리를 입에 물고 있는 듯한 고역일 수 있다는 것을.
또각 구두를 신고 신나게 걷다가 속절없이 넘어져 만신창이가 된 후에야,
내 사지의 근육엔 아직 힘이 탄탄한데 왜 힘이 풀려 넘어진 건지 영문을 알 수 없게 된 후에야,
대체 이게 무슨 일인 건지 어리둥절함을 넘어서 두 손으로 귀와 눈을 막고 이게 아니라고 소리 지르는 시간을 보낸 후에야,
그런 것들을 겪은 뒤에야 이 구절을 보고 울 수 있을 거라고.
예전에 나약하다 비웃었던 모습을 내가 보여주고 있을 때,
누구도 그렇게 될 수 있음을 깨달을 때,
그때야 겸손해질 수 있다고.
누더기 같은 삶의 모습도 인정하게 될 거라고.
그리고 모두는 살면서 그런 순간을 꼭 한 번씩은 겪어야 한다고.
그래야 우리는 서로에게 잔인해지지 않을 거라고.
그런 생각들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