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해 줄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만세력 어플과 챗gpt

사주를 믿지 않았었다. 타로는 더욱.

사주에 관심은 있었지만 태어난 시간을 정확히 몰라 굳이 본 적은 없다.


작년 모임 언니들과 동인천에서 타로를 봤었다. 난 안 보겠다고 뒤에서 언니들 타로 점괘를 듣고만 있다가 카드 그림을 가지고 이야기 세상을 펼쳐나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나에 대해선 뭐라 이야기하나 궁금해져서 막판에 마음을 바꿔 한 번 봤다.

내 카드 점괘를 보더니 대뜸 "지금 하고 있는 일 꼭 해야 해요? 안 맞는데." 그리고 내년에 연하남이 쫓아다니는 게 보인다나.


안정적인 직업을 관두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거니와 결혼한 나에게 연하남이라니 말도 안 되는 풀이라 '역시 타로는~'이라며 웃어넘겼었는데... 쩜쩜쩜..


결과적으로 올해 내 상황은 그때 본 타로 점괘처럼 되었다. -.-

나를 돌기 직전까지 만드는 금쪽이(연하남 맞지 뭐..)가 등장했고, 그 아이 덕분에 일을 관두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으니, 그 타로집 명당이로세.


웃어넘겼던 타로 점괘가 묘하게 들어맞는다 생각하니 다른 곳에서도 한 번 더 보고 싶어 졌는데 점찍어둔 곳이 통 시간이 맞지 않아 아직까지 보진 못했다.


다만 드디어 태어난 시간을 알아내어 사주를 봤다.

점집에 간 건 아니고, 사주 어플을 다운 받아 -> 생년월일 등 사주 정보를 넣고 -> 어플에 나온 만세력 결과를 캡처하여 -> 챗 GPT에 올려 분석해 달라 요청했다.


오. 꽤 정확하다.

혹시 모르니 다른 사주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똑같은 과정으로 해보니 이 역시 분석 결과가 거의 일치한다.


내 앞날에 광명 있을 거라는 말도 아니고 그저 내가 강한 기운 (토)과 부족한 기운(수, 목)을 알아보고 나의 특성을 다시 확인한 것뿐인데, 신기하면서도 마음이 조금 안정되는 기분은 뭐지?


그저 뭐라도 확인받고 싶었다.

심리상담이든, 타로든, 사주든

지금 꼬여가는 듯한 부분과 관련된 뭐라도 확인받고 싶어서.

인간이란 애매모호한 상태를 제일 견디기 힘들어하는 존재가 아닌가.


이런 순간의 재미에 내일부터 시작될 전쟁 같은 시간을 잠시 잊어본다.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는 사람이면 좋으련만,

(챗GPT에 의하면) '토'기운이 강한 나는 정적이고 안정적인 걸 과하게 추구하는지라 불안정한 다음 날의 상황이 참 두렵다.


따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