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는 썼고
"OO아, 선생님이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건데?"
참.. 우습게도 나보다 30살은 어린애에게 애원하듯 건넨 말이다.
내게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나를 참 어지간히 싫어하는구나..싶어 궁금해서.
그냥, 좀 존중받고 싶었다.
기본적인 예의도 보여주지 못할 만큼 내가 선생님 답지 못했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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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진짜 충동적인 건 그 아이가 아니라 나일지 모르겠다.
날씨가 참 맑았고,
그 아이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그래도 괜찮았고,
그 아이를 제지하느라 난리 바가지가 될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스스로 활동을 잘 해냈다.
고맙게도.. 그 아이를 제외하면 다들 이쁜 아이들이다. 다만 일당백인 그 아이 때문에 이쁜 99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미안할 뿐...
사실 그렇게까지 힘든 날까진 아니었을 수도 있는데.
무언가 내 안에서 '탁' 끊어지는 듯한 느낌과 월요일에 다시 올 생각을 하니 가슴이 '턱'막히는 기분이 동시에 밀려오는데, 출근할 자신이 없었다.
이틀을 생각했다. 허나 차마 거기까지는 학교와 반 아이들에게 미안하여 일단 하루만 병가를 썼다.
'그래도 최악으로 힘든 날까진 아니었는데, 너무 충동적으로 결정했나' 싶은 후회가 조금은 들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이 방법 밖에 없었다'라는 생각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신세 지는 걸 엄청나게 싫어하는 내가 바쁜 동료 선생님들의 신세 지는 걸 감수하고 병가를 신청한 건, 이게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꿈틀거림 이어서이다.
올해 참 많이 생각했다.
'요즘 아이들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꼰대 교사가 되어 버린 내'가 문제인 걸까.'
나도 한때는 아이들에게 듬뿍 사랑을 주고, 사랑받는 선생님이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수학여행 가지 못한 아이들을 따로 데리고 있으면서 최대한 덜 속상하게 각종 게임과 활동들을 계획하고, 마지막 날 케이크 만들기를 할 때 활짝 웃던 아이들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었는데.
수련회 못 갈 뻔했던 사정의 OO이가 같이 갈 수 있도록 이런저런 방법으로 알아보고, 어렵게 수련회에 가서 모든 순간을 행복하게 누리던 아이를 보며 다행이라 생각하며 눈물 흘리기도 했었는데.
그때 나는 아이들이 참 좋았고, 이 일이 나와 너무나 잘 맞는 천직이라 생각했었는데.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변한 걸까..
나이 들어가면서 아이들의 마음과 멀어지는, 열정을 하나둘씩 거두어들이는 그런 뻔할 뻔 자의 교사가 되어 가는 걸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그렇게나 멀어져 버린 걸까.
사실 내가 견디지 못하는 건,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아이보다 아이들과 멀어져가는 나를 마주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 아이가 그런 나를 너무나 선명하게 비춰주는 거울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
이런 생각을 하니 더 서글퍼져서 안 되겠다.
딱 하루만.
올해 맘고생 심했고, 아직 ing 중이고, 한 달 기간도 계속될 것 같으니
딱 하루만 아프자.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생각하지 말고,
내 능력 부족일수도 있다는 것도 속상하지만 받아들이고,
그냥 딱 하루만.
갑자기 아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