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선생님의 기도를 받다
사실 하루 병가는 증빙서류 없이 집에서 쉬어도 된다.
두통, 가슴 답답함, 무기력함과 자괴감이 짬뽕된 내 상태를 어디 가서 진료받아야 하나.
당연히 정신의학과로 가야 하지만 요즘 정신의학과는 당일 진료가 아예 불가능하다.
정신의학과를 안 가본 것도 아니고, 5분 좀 넘는 상담과 약처방이 마음에 든 적이 없었던지라 그냥 한의원이나 가볼까 싶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검색해 보니 당일 진료 가능한 병원이 있긴 하다는 정보를 접했다. 네이버 지도에서 리뷰를 보니 꽤 괜찮다.
일단 전화해서 당일 진료 되는지 물어봤다. 한 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지만 가능은 하다는 간호사분의 답변은 친절했다.
분명 처음에 가면 이런저런 검사하고 10만 원 가까이 나올 텐데. 그냥 가지 말까 싶다가 병가면 적어도 병원에는 가야 할 것 같다는 이놈의 고지식증 때문에 결국 갔다.
첫 진료는 뇌파검사와 신경검사? 등을 해야 한다고 한다. (역시나) 꼭 해야 하냐 물으니 안 하고 들어가면 진료하면서 하고 오라고 다시 보내실 거라고.
울며 겨자 먹기로 10분가량 검사를 하고 한 30분 정도 대기 후에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뇌파 검사 결과를 보여주면서 감정 조절이 잘 안 되고,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 심하다고 알려주었다.
네. 네. (여기 온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문제 있는 걸 텐데)
일하면서 힘든 일 등을 주절주절 이야기했고, 선생님은 잘 들어주었다.
내 상태에 맞는 약을 이야기해 주고 처방해 주겠다 하더니 대뜸, "혹시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선생님 위한 기도 짧게 해 드려도 될까요?"라고 했다.
갑자기? 기도를?
놀라긴 했으나 알겠다 하고 눈 감은 뒤 손을 모았다.
기도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이 기도를 해준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기에.
아주 간단하고, 덤덤한 기도였다.
헌데 그 간단한 기도를 들으며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핑 차올랐다.
병가 진단서를 위해 내 상황을 그저 간단히 이야기했을 뿐인데. 이런 내 처지를 의사 선생님이 얼마나 이해했을까.
다만 처음 본, 그닥 심하지 않은 증상의 환자를 위해 잠깐의 시간을 내어준 것이 감사했다.
주재원으로 몇 년간 못 보게 되니 나가기 전에 꼭 얼굴 한 번 봤으면 좋겠다는 말에 별 반응 없던 (못 만난다는 뜻) 동기 언니의 반응에 내심 서운했던 어제를 보내고 난 뒤라 더 다르게 다가왔을지 모르겠다.
잠깐의 시간을 더 내어주고, 염려를 비춰준 그 마음이 지금의 나에게 참 크게 다가왔다.
꼭 진심 가득일 필요는 없다.
아주 공허하고 외로운 사람에겐, 그런 "척"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병원을 나왔다.
의사 선생님의 기도를 받다니.
이 병원에 사람이 가득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