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서기

언제쯤

꼬리꼬리한 음식 냄새가 나는 카페에서 흐린 바깥 풍경을 앞에 두고 쓴다.

구글 리뷰에서 본 카페는 환한 햇살에 새소리가 들릴 것 같은 풍경이었는데 실제 이 괴리감은 뭐지.

날씨 따라 기분이 좌우되는 편인지라 하노이에서 내 마음은 하늘처럼 우중충할 때가 많다. (겨울의 하노이는 대부분이 흐림)


아이들을 보내고 같은 학교 엄마들과 같이 커피 한 잔 하고서 강아지 산책을 핑계로 먼저 일어섰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조금 센치하다.

이미 끈끈한 그들 사이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갈 넉살도 없긴 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동동 떠 있는 시간이 주는 공허함. 그리고 언제쯤 소소한 일상도 부담 없이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


이곳 생활을 즐기는 그들을 보면 묻고 싶다.

"여기 생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어떤 거예요?"

"언제부터 이곳 생활이 좋아졌어요?"

"그렇게 편한 사이가 되려면 얼마나 있으면 될까요?"


아직 무언가 배우거나 하는 게 아니라 오전 시간을 주로 카페 투어로 낸다. 혼자 내키는 대로 떠나는 것도 좋긴 하지만 누군가와 좋은 공간에서 좋은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걸 보니 조금씩 여유가 생긴 걸까. (처음엔 이런 생각조차 못했으니)


그러다 생각했다. 한국이었다면 지금 뭐 하고 있었을까.

사실 한국에서도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 여기에서처럼 조용한 카페에 출근하며 책 읽고 마음 터 놓을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며 아쉬워하고 있었겠지. 어쩌면 여기선 타지라는 핑계로 혼자인 지금을 위안 삼을 수 있는 거라 더 나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감정은 환경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내 성향 탓인가 보다.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기를,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원하고 혼자 있으면 불안해하는 성향. 그러면서도 막상 집단에 마냥 따라가고 싶어 하지 않고 맞지 않는 이와의 관계에선 피로함을 크게 느끼고 회피하려는 성향.

모순적이고 까다로운 성격이다.


내 인생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 보기'만 없어도 얼마나 충만한 삶을 살았을까 싶다.

'다른 사람 배려하기'라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눈치보기'였음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걸 알아버렸을 땐 이미 이런 모습이 굳어져서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게 되면 혼자임이 아무렇지 않다던데. 그런 내가 되기 위해 숱한 책과 영상을 보고 상담도 해왔었는데. 마음속에 약한 아이가 있어 항상 의지할 무언가를 기다린다.

혼자 밥을 먹고, 여행을 가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해서 자립적이라 할 수 있는 건 아닌듯하다. 그 과정에서 외로움과 공허함에 흔들리지 않을 때, 그 때야 비로소 자립적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오롯이 혼자 존재할 수 있을 때.


그러나 는 아직 마구 흔들린다. 나중에 지금의 흔들림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날이 올까. 다른 이들에게 그 혼란을 잘 견뎌보자고 격려할 수 있는 입장이 될 수 있을까.

그나마 이렇게 글을 쓰며 은 희망도 품어보고, 나약함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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