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가르친 건 나만의 착각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열심히 가르쳤다. 달의 모양변화와 위치변화는 덤. 작년에는 내내 원격으로만 이뤄졌으니 기대를 아예 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등교수업도 꾸준히 했고 심지어는 비대면으로도 실시간 수업을 했으니 제법 잘 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역시나 잘 하는 친구들은 여전히 잘 하고 못하는 친구들은 여전히 못한다. 잘하는 친구가 내가 잘 가르쳐서 그런 것 같다고 착각하지만, 누가 가르쳐도 잘 할 아이인거 다 안다. 하지만 못하는 친구는 아주 아프다. 온전히 내 탓인거 같아서. 적어도 노력요함에서는 벗어나게 해 줄 수는 있었을텐데.
유형1) 아닌 것을 찾아라. 를 왜 자꾸 맞는 것만 찾을까? 문제집에서는 친절하게 밑줄도 쳐 주고, 진한 글씨로 있어서 잘 찾나? 문제를 낼 때 생각한다는 걸 문제를 바꾸다 보면 꼭 빠뜨리는 게 생긴다. 이런.
유형2) 모두 찾아라. 그러면 꼭 2개만 찾는다. 2개일수도 있고, 3개일수도 있지. 3개를 찾아야 맞는 건데 2개만 찾은 녀석을 틀리게 하기는 좀 그렇고. 그건 그냥 세모로 표시할 수 밖에. 다음엔 옆에 친절하게 2개일수도 있고 3개일수도 있음이라고 써 줘야 하나?
유형3) 아이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타입은 확실히 다음 중 아닌 문장을 찾아라 혹은 맞는 문장을 찾아라 이다. 실험에 대한 설명을 찾는 것은 어려워하지 않는데 (일종의 단답식인거지) 상황을 제시하고 (지문이 길수록 어려워한다) 그 상황에 대한 해석을 하도록 하면 헷갈려 한다. 아무래도 문해력이 떨어지는 거다.
국어시험도 아니고... 이런 문제를 많이 낼 필요는 없겠지만, 상식시험도 아니고 뻔히 아는 그런 문제만 내기도 애매하다보니 늘 이런 문제들을 내고, 늘 이런 문제에서 만점을 놓치는 녀석들이 나오게 된다. 결국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밖에는 못하는 건가? 문제를 푸는 방법이라도 일러줘야 하나? 과학시간에? 이런.
열심히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을 가르쳤건만 다른 학생들 모두 다 맞는 그런 보너스 문제를 틀리는 몇 명 아이들을 보자면 참 현타가 온다. 집중시켰어야 했는데. 좀 더 관찰을 많이 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런데 왜 이걸 모르지? 아주 기본인건데. 달을 평소에 보는 녀석들이었다면 쉽게 알 수 있었을텐데. 아이들이 달이 관심이 없는 거겠지. 아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친단 말인가?
투덜투덜하면서 채점을 끝냈다.
다음 주부터는 3단원을 해야 하는데, 실험도 못하니 정말 난감할 따름이다. 과학실을 언제나 이용할 수 있을지. 대표실험이라도 하는게 좋겠지? 동영상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반면에 효율이 떨어질거라는 불안감. 코로나때문에 못하는 게 너무 많은 건 참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