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과 본질에 대한 고민
1.
중세시대에는 마녀들을 잡아서 화형을 시켰다지? 그런데 그 마녀라는 기준은 알고 보면 ‘우리와 다른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한다. 혹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그 무엇’일 수도 있고 ‘내부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불만을 해소시킬 그 무엇’일 수도 있겠다. 난 요즘 세번째의 그 무엇이 무척이나 걱정이 된다.
2
학교폭력, 왕따, 집단괴롭힘.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본다. 학교가 아니다. 요즘 사회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특히나 연예인들의 이야기는 파급력이 큰 듯 하다. 진실이 무언지는 모르겠으나 피해자의 그 마음만은 사실이겠지. 그 때 우리는 너무 어렸다. 피해자나 가해자나. 다들.
하지만 이렇게 교육적인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게 마치 누구를 옹호한다고 이야기하는 시선들때문이다. 철저히 피해자편에 서야 하는데 알고 보면 가해자들도 미숙한 청춘인거다. 그렇다고 폭력이 용서가 되서는 안되겠지만 마찬가지로 바뀔 수 있는 기회는 줘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물론 그건 피해자도 인정하는 방식이어야겠지.
3.
누군가 피해자가 되었었고, 가해자가 특정되는 순간 우리는 수많은 비난을 쏟아낸다. 마음 속으로 하는 거야 무슨 상관이랴. 옛날에도 빨래터에서 그런 말들이 오고 갔다지? 동네 사랑방에서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떠드는 건 전국적인 사건에 별반 무리가 없다. 물론 그 동네일이라면 달라지겠지만.
그런데 요즘은 그런 빨래터나 사랑방에서 나눌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한다. 커뮤니티란 이름으로 눈을 굴리고 굴려서 커다란 눈덩이를 만든다. 우리는 그걸 여론이라고 부르지? 여론은 가해자를 향하고 정의란 이름으로 그들을 응징한다. 재미있는 건 나중에 사실관계가 달라졌어도 미안해할 사람이 없다는 거다. 눈덩이는 굴려져서 거기를 향할 뿐 내 의도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하면 되니까.
집단괴롭힘이 무서운 건 수많은 방관자과 소극적인 동조자가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그걸 구분하지 못한다. 수많은 가해자로 인식할 뿐. 인터넷 여론도 알고 보면 수많은 방관자와 소극적은 동조자를 만들 뿐이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는 사실과 관계없는 감정적인 악플만 남쳐난다. 왜 우린 현상만 보면서 이렇게나 흥분하는지.
4.
마녀들을 잡아서 화형시키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정의를 행한다고 생각했겠지? 마녀가 했던 수많은 일들이 나한테 큰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했겠지? 아무튼 통쾌했을거다. 그 마녀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이미 화형대에 올라간 순간 상관이 없다. 마녀여야만 하고 진실이어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가 옳으니깐.
5.
노래방. 여교사. 이 묘한 두 단어의 결합에 난리가 난 걸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사실이 어디까지 인지는 모르겠다. 코로나에 걸리면 그냥 역적이 되는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구상권 청구 이야기까지 나오는 건 정말 씁쓸하다. 학원 선생님이 걸려서 학생들도 걸렸을 때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가? 심지어는 인과관계가 어디가 먼저인지도 모른다. 증상이 먼저 발현되서 나타났을 뿐이지.
6.
아프지 말아야 하는 건 내 몸을 위한 당연한 명제이다. 그런데 내가 아프다고 남에게 비난을 듣는 것 만큼 억울한 일이 어디있을까? 증상을 숨기지 읺았다. 검사받으라고 해서 검사받았다. 그런데 무증상 감염이란다. 그런데 왜 걸렸냐고 하면 결국 노래방 주인이 걸려서 내가 걸린 것 뿐인데. 아, 그것도 인과관계가 정확하지 않다. 노래방 주인도 누구에게서 옮겨왔겠지. 혹은 손님 중 하나일수도 있고.
어쨌든 그 거리두기 단계속에서 우리는 움직이고 있고, 노래방은 금지된 곳이 아니었을테고, 나름 방역수칙 지키면서 영업했을거다. 학교에서도 방역을 안 했을까? 어쩌면 일어날 수 있었던 실수들은 실은 우리도 가끔 하는거고 실은 그것때문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꾸 남탓을 하는 건 옳지 못하다.
거리두기 단계를 올렸다면, 유흥업소 출입을 금했다면, 등교를 덜했다면. 이런 생각과 저런 책임전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냥 코로나가 드럽고 재수없는 질병일 뿐이지.
7.
결국 불안의 시대에 사는 지혜는 개인이 조심해서 먹잇감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무척이나 슬프다. 모든게 매 책임이고 잘못되면 내 탓인거구나. 이런.
건강해야 한다! 아프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난 오늘도 홍삼을 먹는다 (PPL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