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억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게 당연할까?

오징어 게임, 2021

by 투덜쌤

나는 어렸을 때 오징어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구슬치기, 딱지치기는 그래도 머리를 쓰는 게임이었는데 오징어 게임은 그것보다는 힘이 더 우선시 되는 게임. 특히나 수비할 때 그 통로를 지나가는 순간에 밀거나, 밖으로 나가서 깨끔발로 서로 밀쳐서 넘어뜨리는 게 너무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실은 그 당시 나는 매우 체력이 안 좋았다. 그래서 싫었겠지.


c7b9e7a299b1eb4333799c1d7789e7fca18b4034_re_1630705694467
22b4b7e27ee6f5468ef9552903f131077ef2ee06_re_1630705694467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했던 게 기억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힘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정준하 같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게임이기도 하고. 반대로 나는 하하 같아서 눈치껏 (아주 혼란스러운 순간에 쓸쩍 들어가거나 우리 편 누군가가 만세를 불러줄 때까지 열심히 응원하는 그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놀이라고 단점만 있을리 없다. 팀전으로 하는 게임이기도 하고, 깍두기도 만들 수 있고 작전회의라는 게 필요하기도 하고. 다치는 것가지고 뭐라고 하지만 않는다면 학교에서도 충분히 가르칠만 한데. 아서라. 저걸로 다치면 분명히 쓸리고 까질텐데 얼굴이라도 다치면 학교안전공제회가 너무 바빠질지도 모른다.


뭐 작전회의가 필요하고 아이들의 주도성을 기르고, 팀 간의 협력을 기르는 놀이가 저것밖에 없을까? 그건 땅과 몇 가지 놀이도구 밖에 없었던 예전 이야기고, 지금은 더 많은 놀이와 스포츠 들이 있으니 굳이 예전 놀이를 가지고 오지 않아도 된다. 그래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지.


청불이라는 타이틀을 달은 만큼 자극적이고, 잔인하고, 세속적이다. 여러 군상들을 보여주면서 우정이나 돈이냐, 사랑이냐 돈이냐, 의리냐 돈이냐 뭐 이런 것들을 논하지만 결국 최후에는 돈일 뿐이다. 아니 마지막은 아니었는가? 하지만 그건 자기의 선택이 아니라 누군가의 선택아니었는지.


이런 영화들 일본 영화나 애니에서 많이 봤었다. 도박묵시록이었나? 카이지라고 하는 그 만화가 가장 비슷하지 않았는지. 그 만화도 이 드라마와 끝이 비슷했던 것 같다. 다만 정의를 위해서 다시 시즌2를 예고하는 것과는 달리 카이지는 계속 '돈'이였다는 것이 좀 다르지 않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예전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봤다. 물론 잔인함에 다 가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참신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전세계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도 왠지 뿌듯하고, 익숙한 카메오들 보는 기분도 괜찮았고, 좀 부족했던 점은 게임의 치밀함이랄까? 사건전개가 느슨하고 각각의 서사들이 너무 짠한 것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게임과 놀이. 그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게임은 승패를 가리는 거고 놀이는 승패없이 논다는 거였던 것 같다. (대학때 기억이니 맞는지 틀리는지... 그냥 그렇게 딱 자르기도 애매하긴 하다) 그러고 보면 '술래잡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경우는 승패가 있다고 말하기엔 좀 어렵지. 오히려 팀을 나누는 오징어는 놀이보다 게임에 더 가까워 보이고.


아무튼 여기서 생겨난 깍두기란 개념은 참 대단한 듯 하다. 놀이에 끼워주기 위해 만들었던 개념인데, 아마도 정정당당한 게임에서는 용납되지 않았을 듯 하다. 예전에 가끔 피구할 때 아이들하고 이 깍두기를 배려해 주곤 했는데 거기에 속한 아이도 기분 나빠하고, 게임 결과에 집착하면서 깍두기를 문제 삼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만 했던 것 같다.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인건가? 그럼 깍두기는 반칙인거지.


어찌보면 한국적인 정서가 잘 담겨있는 그 깍두기가 없어진 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사회로 가기위한 과정일 지도 모른다. 다만, 그게 과연 좋은 사회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걸 좋고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해야 할 지도 잘 모르겠다.


서로에게 배려하고, 도와주고, 응원하고, 협력해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줘야 하는게 아닐까? 아마도 이 드라마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부분들이 이게 아니었을지. 그런 생각이 사치일 수 있다는 것. 사람은 절박하면 결국 이기적이된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이들에게 그런 걸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


드라마는 드라일뿐. 너무 진지할 필요는 없겠지.

매거진의 이전글코로나 마녀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