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가르치다 보면 매 단원마다 무언가 만들기가 들어가 있다. 이 수업을 과연 등교수업때 해야 할 지 아니면 원격수업 때 해야 할 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등교수업 때하면 한 시간을 아이들과 활동수업을 하면서 보낼 수 있지만, 실은 방역도 좀 고민이 되기도 하고 학습 시간이 부족한데 굳이 이걸 소중한 등교시간에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원격수업 때 하면 편하게 진행될 수는 있는데, 아이들의 완성품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과학적인 원리를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인데 이왕이면 완성품을 만들어서 성공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는 등교시간에 하기로 마음 먹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하고픈 마음이 컸다. 그리고 완성된 물품을 봤을 때의 즐거워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이번 단원은 6학년 2학기 1단원. 전기회로 관련 작품만들기 이다. 발광다이오드와 수은전지, 그리고 동박테이프를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건데, 실은 거의 방법이 정해져 있는 키트를 사용했다. 일일이 설명하고 설명서도 나눠주고, 유튜브도 보여주고. 정해진 과정에 따라 그냥 하면 되는 거라서 무척 편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의외로 설명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유튜브를 봐도 어려워 하며 그냥 본인의 생각대로 대충 만들고 있더라.
결국 일일이 하나하나 스텝에 맞춰 해야 했다. 25명의 아이들을 일일이 지도하기엔.. 설명서를 주면 될텐데 그걸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다. 내 어렸을 적 경험을 생각해서 잘 할 거라고 믿었지만, 나는 프라모델 세대였던 거고 얘네들은 마인크래프트 세대인거고. 설명서를 이해하고 그대로 하는 경험이 많지는 않으니 그것은 또 그것대로 문제가 된다. 에휴.
유튜브는 전반적인 완성도와 개요를 보여주는 데에는 좋지만, 개별기기가 있지 않으면 결국 그 설명을 그대로 내가 해야 한다. 멈추고 돌려보고 하는데에는 유용하지만 전체적인 설명을 하는 건 차라리 직접 시범이 더 좋더라. 결국 유튜브고 뭐고 다 때려치고 내가 설명하면서 진행했다.
그래도 그냥 설명서에 의존할 때나 유튜브를 보여주었을 때보다는 실수가 적긴 하더라. 특히나 +극과 -극의 중요성을 설명했더니 그걸로 인해서 오류나는 아이들이 확실히 줄었다. 발광다이오드는 +, -극이 중요하지. 대신 접촉불량인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다음 반부터는 미리 발광다이오드를 전지에 대어 보게 해서 불이 들어오는지를 확인하게 하였다. 만약 불이 안 들어오면 +극과 -극이 바뀌었던지 아니면 접촉불량이라는 걸 알려줬다. 그랬더니 그래도 탐구를 하더라. 궁리를 하고 뭐가 문제인지 생각을 해서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가? (물론 어떤 녀석들은 궁리할 생각없이 그냥 물어보고 보채는 녀석들도 있긴 하지만)
시간만 좀 더 있었으면. 기기만 충분하다면. 아이들은 좀 더 여유롭게 탐구할텐데. 왜 이리 시간이 부족하고 여전히 교구는 없는지. 어렸을 적에 전기회로 준비물이라고 사서 집에서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학교에서 다 준비를 해 줘야 하니 이런 것들을 살 리가 없겠지? 점점 과학이 암기과목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슬프다. 그래도 초등학교에서는 자유롭게 탐구하고 실패해도 좋으니 이리 저리 궁리했으면 좋겠다.
만약 예산이 풍부하다면 뭘 사면 좋을까 생각해 봤는데, 전도성 펜이라는 게 있더라. 전도성 테이프보다 훨씬 편한데, 가격이... 2만원이 넘는 듯 하다. 음.
옛날에 가지고 놀았던 전지끼우개 2개, 전선 10개, 스위치 2개, 꼬마전구 4개, 전지끼우개 2개 이렇게 셋트로 묶어서 팔았으면 좋겠다. 인터넷 찾아보니 있긴 하다. 15000원. 한 단원에 한 학급 375,000원. 한 단원 7개 차시를 사용하는 값. 비싼가 적당한가? 아, 모르겠다. 교육예산이라는게 효용성을 생각하면 끝이 없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