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이란 결국 인간들이 만드는 것인가?

지옥 (2021, 넷플릭스)

by 투덜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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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오징어게임 이후로 넷플릭스 드라마를 종종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컨텐츠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일은 참 반가운 일. 예전에 세상에 뻗어나가는 우리 문화의 힘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할 때 앞으로는 이렇게 될 거다라고 이야기했건만, 싸이 이후로 점점 커지더니 이제 세계 문화에 어느 정도 지분을 차지할 정도로 커 나간다는 게 무척이나 뿌듯하다.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열리는 것이겠지?


연상호 감독의 영화는 부산행을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고, 반도는 그럭저럭 이었던 것 같다. 방법이라는 드라마도 괜찮게 보았는데 흥행은 했었나? 서울역이라는 애니매이션도 독특하더라. 아, 그 때는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보면 적당한 느낌이랄까? 세상을 좀 더 앞서서 사시는 분. 그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는 듯 하다.


웹툰을 보지 못했지만, 최규석 작가의 송곳을 꽤나 인상깊게 본 터라 기대를 많이 했다. 실은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웹툰을 슬쩍 접했는데, 연출과 웹툰 장면들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그만큼 작화가 뛰어 났다는 게 아니었을지. 씬들 하나 하나가 꽤나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을 따라가는 연출도 독특했다. 과연 저걸 어떻게 찍었을지. 떨어지는 장면들 찍을 때면 함께 뛰어야 했을텐데. 이 세상에 쉬운 직업은 없구나.


도대체 주인공이 누군지 헷갈릴만큼 다양한 배우들이 나왔다. 더 이상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이야기를 못 하겠지만 (이미 이야기를 많이 한 건가?) 그들의 연기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유아인과 박정민 배우. 유아인의 약간 독기어린 눈빛이 순둥순둥해져버렸던 '소리도 없이'라는 영화가 무척 쇼크였는데, 이번 역할은 그 속에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는 교주의 역할이 제법 잘 어울린다 싶었다. 뭐, 나는 썩소를 날리던 '베테랑'의 그를 조금 더 원하긴 했지만.


박정민 배우는 그냥 좋다. '변산'에서 랩을 지껄이던(?) 그 특유의 껄렁껄렁함을 사랑한다. 왠지 송강호처럼 김윤석처럼 그냥 연기가 생활인 것 같은 배우. 후반부의 감정선이 살아나지 않은 건 그가 주인공이 아니라 아마도 아기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는지. 그래서 원진아 배우도 참 인상적이었다. 조그마한 얼굴에 차 있는 이목구비가 일그러질 때의 슬픔들이 너무나 안타까워 눈물이 나더라. 눈을 똥그랗게 떴던 수애닮았던 그 귀여운 배우였는데.


아무튼 김현주 배우의 변신도 참 놀랍고, 양익준 배우의 여전함도 멋지다. 이레와 함께 시즌2에 꼭 나와주었으면.


드라마가 지루하다는 사람 CG가 어설프다는 사람 헐크의 동양판이라는 사람.. 뭐 다양한 평들을 봤다. 그런데 나는 왜 '20세기 소년'이라는 만화가 생각났는지. 특히나 전반부의 새진리회 이야기는 그냥 신흥종교의 친구 이야기와 많이 닮았다. 물론 내용 자체는 전혀 다른 맥락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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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지를 받는가? 왜 3명의 사자가 저런 거친 방법으로 시연을 하는가? 에 대한 해답은 전혀 없다. 이 드라마에선 그렇게 묘사한다. 천재지변 같은 거라고. 하지만 그 천재지변들도 점점 과학이 힘으로 하나둘씩 밝혀나가고 있는데, 과연 여기선 그 현상을 그냥 초월적인 문제로 덮을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존재를 밝혀낼 건지 명확하지 않다. 다행히 웹툰에서 끝났던 그 장면에서 좀 더 이어진 그 다음. 새로운 사건이 그 다음을 더욱 기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존재가 나타나야 하는 것 아닌가? (뭐, 그것도 초월적인 현상 중 일부라고 설명하면 할 말은 없지만)


사건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어버리면, 결국 그 상수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인간들이 변수가 된다. 미래를 좀 더 미리 알아버린 한 사람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각자의 선이라고 믿는 믿음으로 부딪히는 집단들. 소도와 새진리회. 이 이야기의 흥미로운 지점은 한 쪽 편에 몰입해서 생각하다 보면 양쪽이 모두 맞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거다. 중간이 없는. 이분법적인 세계. 어찌보면 지금의 세상과 참 많이 닮아있다. 정치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인간들의 세상에선 인간들이 지지고 볶던 알아서 해야 한다.


누구의 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투의 대사들이 여러번 나왔다. 지옥이라고 믿는 것도 인간이고,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인간인 거다. 하나의 현상을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건 인간의 자율이지만 그걸 누군가가 강제하고 믿게 한다면 그 때부턴 인간이 아니게 될거다.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건 참 올바른 명제인데 왜 그 명제가 강제가 되었을 때 누군가 피해를 받고 힘들어지는지.


정의를 지키기 위한 불의 또한 정의로 포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불합리함. 그래서 이 드라마는 참 많은 내용이 함의되어 있고, 통쾌함을 느끼기 보단 씁쓸함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숙제를 다 해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시 숙제는 니거야 라고 이야기해 주는 느낌이랄까? 자율성이란 참. 때론 시키는 대로 하는게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던데.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에 1위를 했다지? 그렇게 예고했는데 1위하지 않으면 이상한거다. 하지만 오징어게임만큼 사람들이 따라하고 즐기는 문화는 없으니 그리 오래가지 않을 듯 싶다. 오징어게임도 다 보고 나서 통쾌한 느낌은 아니지 않았는가? 그 안에 들어있는 문화적인 독특함들이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는 바람에 이렇게 인기가 많은거지.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우리 나라에도 꽤나 좋은 작가와 배우, 그리고 다양한 문화들이 꽤나 많다고. 그것이 비록 나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지는 몰라도 국뽕이라고 폄하할 것 까지는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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