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건 같이 먹고, 좋은 건 함께 하고 싶은 마음

혼자 먹는다고 맛이 달라지지는 않을텐데

by 투덜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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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꼬막을 좋아한다. 그게 고추장으로 버무린 거든, 간장으로 절인 거든 상관없다. 뭐, 꼬막만 좋아하는 게 아니지. 다 좋아한다. 대체로 못 먹는 음식은 없다. 아내도 꼬막을 좋아한다. 하지만 고추장으로 버무린 것은 별로. 간장베이스에 매콤한 꼬막무침을 좋아한다. 까 먹는게 귀찮아서 순살꼬막(?)류를 즐겨 먹는다. 아이들은 꼬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딸내미는 특히나 조개류를 싫어한다. 물컹거리는 식감도 그렇겠지만 가끔 조개껍데기가 씹히거나, 모래가 씹히는 경우가 있어서 다 뱉어내는 그 수고로움이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었나 보다. 어른들이라고 조개껍데기를 씹어먹고 모래를 삼킬리가 없지. 하지만 그 정도의 대수로움이 맛난 꼬막을 포기할 거리는 안 된다. 반대로 아이들은 그 수고로움을 이겨낼만큼 맛난 것도 아니니 좋아할 리가 없지.


지인에게서 꼬막을 받았다. 다 손질해서 먹을 수 있게 만들어 주신 고마우신 분. 고추장 베이스의 살짝 매콤한 맛을 찬합 가득 주셨다. 꽤나 비쌀텐데 라는 생각보다는 꽤나 번거로웠을 텐데라는 생각이 더 들었다. 그 수고로움에 감사를 하며 다 같이 먹으려고 식탁 위에 올려 놓았다. 역시나. 나 밖에 안 먹는다. 열심히 권해도 서로 다른 취향때문에 선뜻 젓가락이 나오지 않는다. 조개살만 덜어내어서 밥에 얹어주지만 딱 거기까지. 더 주지 말라고 손사래 친다. 아내는 엄청난 속도로 밥을 먹고는 빠져 버렸다. 덩그라니 식탁에 나 혼자 남아있네.


그래도 난 혼자서 열심히 먹었다. 생물이었던 녀석이라 오래두긴 좀 민망하지 않는가? 어제 저녁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계속 먹어댔다. 맛있는 것을 맛있게 먹는 건 참 행복한 일. 그런데 참 이상하지? '이렇게 맛있는데 왜들 안 먹을까'라는 생각과 '같이 먹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다.


혼자 먹어도 맛은 변하지 않는다. 맛있는 걸 혼자먹는 건 행복한 일이다. 누구에게 뺏길까 염려하지 않을 수 있고, 그 맛을 즐기며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니 혼밥이라는 것도 익숙해 지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혼자 먹고 있으니 그 맛을 잘 모르겠다. 분명히 맛있는데 맛있는지를 모르겠다. 무슨 말인지 나도 모르겠다. 참 이상하게도 여럿이 함께 있어야지만 맛이 살아나는 무언가가 있는걸까?


맛난 건 함께 먹어야 더 맛나고, 좋은 장소가 같이 가야 한다. 멋진 풍경이나 재미있는 드라마, 영화들도 함께 보는 게 더 좋다. 그 물건이나 장소나 장면의 가치는 즐기는사람의 수에 따라 변하는 것은 아닐텐데, 사람의 감정이 주관적이다 보니 혼자서 느끼는 만족감보다는 너도 동의해 준다는 만족감이 더 큰 듯 하다. 그래서 블로그로 내 경험을 나누고 공감해 주는 많은 사람들로 부터 힘을 얻는 게 아닐지. 뭐 난 블로그겠지만 누구에겐 너튜브일거고, 다른 이들에겐 SNS일거다.


그러고 보니 가족끼리 외식한 지도 오래고 여행간 지도 오래다. 그나마 가장 최적화된 입맛들과 선호도로 뭉친 가족이라 함께 하는 일들은 모두가 즐거울텐데, 빌어먹을 코로나때문에 나가지를 못했다. (어찌보면 공무원이라는 특수성도 있겠고. E가 아닌 I의 성향 탓도 있을 수 있겠고) 슬슬 이 코로나도 3년차에 지나니 힘이 빠지는 듯 한데.. 어여 빨리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


떠나기만 하자. 어떤 취향이라도 맞춰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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