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한 날씨만큼 굴곡 있던 하루
지난 연휴,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평소에 걸리던 시간의 배 이상 걸렸다는 무용담이 오고 갔다.. 연휴 내내 집콕한 나로서는 현명한 선택이었음에 뿌듯해하는 한편, 그렇다면 이번 주말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도달했다. 주말에 좀 한가하게 여행 가 볼까나?
자주 가는 여행사에 토요일 당일치기 여행을 뒤져봤다. 뭐 가보지 않은 곳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결제까지 일사천리. 아 그러고 보니 그날 날씨를 안 봤네. 금요일까지 비가 오고 토요일 오전에 그친다고 한다. 좋다. 아주 좋아!
그런데 금요일 저녁 내리는 빗줄기는 쉽게 그칠 기세가 아니다. 아뿔싸. 다시 검색해 본 날씨는 어느새 토요일 내내 비 오다 오후 늦게 개는 걸로 나왔다. 가는 여행지는 동쪽이라서 더 늦게 까지 온다고.. 망했다. 하지만 어쩌랴. 돈은 송금했고 취소할 수도 없고. 그냥 가야지.
새벽같이 일어났다. 우산을 하루 종일 챙겨야 하는 게 못내 귀찮지만 그래도 비를 덜 맞으려면 어쩔 수 없지. 시작부터 이런 마음인데 기분 좋게 갈 수 있을지. 그래도 지난 주가 힘들었는지 이번 주는 도로가 좀 한가해 보인다. 차라도 잘 가면 보상받는 느낌일 듯.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거니는 건 참 운치 있다. 하늘과 구름이 구분이 안되는데 산 아래까지 운무가 내려와서 걷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가볍다. 신선이 된 느낌. 바람만 좀 덜 불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패딩을 입고 오지 않은걸 살짝 후회했다. 일행 중에서는 챙기신 분이 있더라. 역시 관록은 무시할 수 없다.
정작 구경을 해야 할 곳에서는 비가 너무 와서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다. 우산을 들고 핸드폰으로 무언가 하기엔 너무 번잡스럽다. 보이는 꽃과 나무들이 싱그러웠는데 마음에만 담았다. 도저히 디지털로는 그 느낌이 살아나지 않더라. 춥고 배고프고 중간에 앉을 수 없어 계속 걸어야 했기에 다리도 좀 고생했다.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힘들다고 포기할 수 없는 곤란함을 낳는다. 결국 카페에서 몸을 녹일 수밖에.
어찌어찌 하루가 마무리되고 보니, 잇점도 꽤 보인다. 평소보다 일찍 끝나고 한적하고 좌석도 여유가 있었고. 새로운 풍경을 보고 경험한 게 가장 큰 이로움이 아니었을지. 시작은 귀찮았으나 지나고 보면 이 또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또 이런 풍경을 어찌 보겠어.
집에 오는 길에 설렁탕 한 그릇을 해치웠다. 15000원. 13000원에 먹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물가 오르는 게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보다 고기도 많이 준 것 같기도 하고. 배부르게 먹었네. 뭐 이 정도면 만족한다
집에 왔는데 아내가 영수증을 찾아보더니 작년에도 그 가격이었다고 한다. 역시나 삶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듯하다. 비싸서 그만 먹을까 했는데 모든 게 오해였다니. 왠지 우습네.
오락가락하는 마음 때문에 재미있었던 하루. 매일이 지루하고 반복되면 인생의 속도가 빨라진다지? 안 그래도 나이 먹어서 속상한데 브레이크를 어떻게든 밟아야겠다. 좀 더 새롭게. 다양하게. 도전해 보고 생각해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