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설정 - 실험계획 - 실험 - 자료변환 - 자료해석 - 결론
과학자가 된다는 건 알고 보면 궁금증을 좀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걸 뜻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숙제로 내줄까 하다가도 그랬을 때의 부작용을 이미 경험한 지라,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일상생활에서 떠오르는 궁금함을 가지고 가설을 설정해 보자.
혹시 탐구해 볼 문제 같은 것 없었어?
관찰해 보는 것도 괜찮고, 이왕이면 실험이 가능한 거면 더 좋고.
참 어렵다.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과연 찾아낼 수 있을까? 어른인 나도 막상 찾아내라고 하면 한참 걸릴 것 같다. 이럴 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좋을텐데.. 과학을 가르치면서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네.
선생님! 우리 집 강아지가 왜 똥을 먹는지 궁금해요!
아이들은 역시나 똥을 좋아한다. 하긴 과학 베스트셀러인 Why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게 아마도 "똥"이 아니었을까? 아, "사춘기와 성"도 만만치 않을 듯 하다만. 암튼 웃어제끼는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힌트를 찾았다.
그래 그것도 탐구문제가 되겠다. 그러면 너의 가설은 무엇일까?
음. 아마도 냄새가 나서 먹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너의 가설은 "우리 집 강아지는 똥에서 나는 냄새때문에 똥을 먹는다"가 되겠구나. 그러면 어떻게 실험을 할 수 있을까?
냄새가 나는 똥과 안 나는 똥을 가지고 실험하면 어떨까요?
변인통제 조건까지 찾았으니 뭐 실험계획은 다 한 거다. 실험을 진짜 하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냄새 나지 않는 똥과 냄새 나는 똥을 준비할 수 있을까? 그것도 똑같은 질감의 똑같은 모양의 똑같은 색깔의.. 아, 이야기하다 보니까 꼬였다. 의미없는 실험인데 장단을 맞춰주다 보니 분위기는 좋아졌다. 그러다보니 요상한 실험들이 나온다.
얘들아, 실험할 수 있는 가설이어야 해
얘들아, 좀 더 구체적으로 해야지
얘들아, 외계인이 나올 수는 없잖아?
아. 6학년한테 똥은 너무 과했던 것 같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필 받아서 무리하게 끌고 간 내 탓이겠지.
오늘 수업은 망했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