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 여행의 즐거움

코로나가 드디어 끝난 듯

by 투덜쌤

마지막 가족 여행이 2020년 1월이니 거의 3년만에 가족여행을 갔다. 시간이 되었더라도, 학원때문에 입시때문에 군대때문에.. 뭐 다양한 이유로 못 갔겠지만 그래도 새롭게 다시 뭉쳐서 가는 이번 가족 여행은 매우 특별했다. 무엇보다도 마스크로의 해방. 북적이는 곳에 갈 일이 없는 이번 일정 상 실내마스크까지 해제된 지금 상황에서 마스크는 전혀 쓸 필요가 없었다.


마스크가 나를 지키는 것이라고, 해제되도 계속 쓰고 다닐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경치좋고 물맑은 곳에 오니 생각이 달라지더라. 서울같은 북적함이 아니어서 그런지 내내 마스크 챙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서울에서는 그냥 다니는 사람들 볼 때 조금 멋적었는데 여기서는 이게 일상이라니. 다시 서울에 가면 대중교통때문에라도 쓰겠지? 그래도 딸내미는 춥다고 마스크를 챙기긴 하더라.


속초와 강릉 주변으로 돌았다. 레일바이크도 오랜만에 타보고, 알파카 월드에도 다녀왔다. 속초에 있는 시장과 강릉에 있는 시장을 들렀다. 시장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다들 여행들을 많이 가는 구나 느꼈다. 강릉 강문 해변에는 젊은 친구들이 정말 많더라. 뭐 그 중에 우리 아들 딸도 있었으니.




마스크 이야기를 주구장창 했지만, 제일 좋았던 건 가족끼리 떠들었던 것 같다. 코로나가 가져온 게 개인화라고 하는데, 결국은 가족들도 모두 개인 기기를 들고 각자의 방에서 혼자 집짓고 있었다. 활동을 하면서 같은 경험을 겪으면서 이야기꺼리가 늘더라. 특히나 3시간이나 걸린 하행, 상행 동안 노래를 들으면서 예전 여행 이야기를 나누는게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그 땐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이제 알 수 있었던 기회. 그러고 보니 입시다 군대다 사는 게 바쁘니 이야기 나눌 시간이 부족했었군. 다시 한 번 반성.


훌쩍 커버린 아들과 이제 엄마 아빠를 챙기는 딸을 보며서 어느새 훌쩍 커버린 녀석들이 참 대견했다. 저녁 식사 장소도 검색할 줄 알고, 이제 네비게이션의 빈 자리도 잘 채우고, 재활용도 잘 하고. 나중에 누군가의 짝이 되어 여행을 오면 제 몫을 잘 하겠군. 아이들이 커갈수록 어른들이 더 늙어가는 게 좀 슬프지만 어쩌랴. 나의 시대는 점점 지나가고 있는 걸.




여행지도 점차 변화하고 있더라. 모처럼 간 리조트는 이제 프론트에 열쇠 찾으러 갈 필요가 없어졌다. 앱에 접속하면 비번을 설정할 수 있었다. 카드 키도 감지덕지 였는데, 비밀번호는 신세계였다. 나갔다가 혼자 들어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냥 단톡방에 비번만 공유하면 끝. 게다가 객실 내에 제공된 태블릿으로 침구 추가, 고장 수리 의뢰 등이 다 된다. 야식은 로봇이 배달을 한다고 하더라. 비록 시켜먹진 않았지만 점점 사람들이 할 일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가?


그러고 보니 맛집이라고 하는 곳들은 문명의 이기를 충분히 사용하더라. 테이블에 앉으면 태블릿이 준비되어 있었고 거기에서 다 주문을 받는다. 서울에서는 체인점에서 주로 봤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일반 식당에도 되어 있다. 아마도 맛집이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설치했겠지? 미안하다 지방이라고 얕봤나보다. 테이블링 서비스가 되어 있는 곳도 있었고, 어느 집은 테이블에 인쇄된 큐알코드로 접속해서 주문을 하는 곳도 있었고. 오히려 서울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주문도 못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속초와 강릉에 있는 시장을 들렀는데, 정말 사람들이 인산인해. 재미있는 광경은 다들 핸드폰을 들고 맛집을 찾아다닌 다는 거다. 그래서 맛집만 사람들이 몰린다. 거기만 더 맛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는데 모두들 똑같은 닭강정을 들고 다니는 건 좀 웃기긴 하다. 뭐, 나도 저녁은 옹심이 맛집으로 갔으니 남에게 뭐라 할 건 아니지.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몰리니 인플루언서, 댓글에 민감하고 환장(?)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나저나 우리 나라 맛집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이렇게 많았나? 조만간 '~유튜브'에 나왔다고 가게에 대문짝만하게 붙는 게 아닌지... 너무 북적대지 않고 좀 한가한 맛집을 가고 싶은데.. 그것마저도 허락되지 않는군.




양양에서 서울로 오는 고속도로 덕에 크게 막히지 않고 다녀왔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지난 번에 광양 다녀오는데 무리해서 열심히 밟으면 4시간 30분만에 가더라. 운전은 피곤했지만 조잘대는 아이들이 있어서 덜 피곤했다. 예전에 그 일을 아내가 대신 해 줬는데. 이제 뒷자리로 물러나더니 혼자 신나게 드라마만 보더라. 뭐, 여행지에서 우릴 챙겨주는 건 사모님이었으니 이 정도 호강(?)은 이해해줘야지. 그래도 운전이라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여행에 큰 지분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기분 좋은 일. 조만간 아이들 차에 실려(?)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음 너무 늙는 것 같아 마음에는 안 드네.


아직까지 그런 즐거움을 양보할 순 없지!

여행은 내맘대로 가야 즐거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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