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대처와 해결의 어려움 (1)
조심스럽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일단 들어줘야 한다. 사실 확인을 하는 과정에 순서가 뒤바뀔 수도 있고, 오해일 수도 있다. 일단 따돌림이 무언지 찾아보았다.
따돌림
집단적으로 상대방을 의도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하는 행위
싫어하는 말로 바보 취급 등 놀리기, 빈정거림, 면박주기, 겁주는 행동, 골탕 먹이기, 비웃기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막는 행위
매뉴얼 상으로 보면 학교폭력이란 결국 어떤 사건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고로,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가 먼저 중요하다. 그리고, 그에 따라 어떤 사건이 인과관계에 있느냐를 증명해 내야 한다. 그러다보니 진단서를 제출하고, 목격자가 등장하고 한 두 번이 아니라 계속 쌓여왔다고 주장하기 위해 작년, 재작년, 1학년때를 이야기하게 된다.
지나간 아픈 기억을 꺼내는 것만큼 불필요한 건 없다고 믿는 나에겐 이런 식의 일처리가 달갑지는 않다. 화가 쌓였기에 그걸 풀어내고픈 욕구를 이해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풀어낸 화가 다시 회복하려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함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오히려 아이들은 쉽게 쉽게 풀어내는 데, 어른들은 앙금을 깊게 가져간다. 그래서 더욱 과보호 하게 되고, 더욱 과민 반응을 보이게 된다.
따돌림이라고 이야기를 하시니 사건을 조사해야만 했다.
거기에 담임선생님이 들어가고, 담당 부장님이 들어가고. 계속 올라오는 보고서류를 검토해 보고 결국은 학교폭력 전담기구에서 학교장 자체해결을 할 지 아니면 교육청으로 넘길지를 고민하게 된다. 문제는 오인신고라 해도 일단 조사나 전담기구를 거쳐야 한다는 거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따돌림은 아니었고, 정말 경미한 상황이었으며, 오히려 교실에서는 잘 지낸다는 걸 학부모님이 이해하셔서 다행히 사건은 편안하게 종결되었다. 하지만 말이 편안한거지 조사과정, 두근거리는 마음고생, 그리고 여러 건의 서류처리까지 신체적 정신적은 잔해물은 남는다. 나보다도 담임교사나 담당부장님이 더욱 더.
만약 따돌림이었다면 어땠을까?
분명 학부모님은 여러 명의 아이들을 지목하셨을 테고, 사건 접수 통보를 받은 학부모님들도 예전의 일을 꺼내서 사건 접수를 했을 거다. 하나의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을 만들고, 각각의 사건들마다 접수번호를 매겨 관리를 하게 될 거다. 그 중에 몇 개는 교육청으로 보내질 수 있겠지만 또 그것은 대부분 원하지 않더라. 그렇다면 원하시는 건 사건의 진실이었을까? 그 진실을 알고 수긍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거기에 들어가는 행정력이 매우 심하다는 게 문제. 아이들 조사도 해야 하고, 부모님께 확인도 받아야 하고, 일일이 상담과 정리를 해야 하는데 이 분들 결국은 수업을 하는 교사다.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으니 하나가 자연스레 소홀해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다행히 수업경감을 해 준다고 꽤 많은 시간을 보조해 주었지만, 내 수업을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쉽지는 않다. 게다가 요즘은 평가기간 아닌가?
신뢰관계가 깨진 학생, 교사, 학부모의 관계 안에서는 백약이 무효하다는 걸 깨닫는다.
절차를 공고히 한다고, 피해자를 더욱 더 보호한다고 해도 신고에는 신고로 맞받아치게 되고 그 피해는 학생이 고스란히 받는다. 상처를 입은 교사가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를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닐까? 마찬가지로 상처를 받은 학부모도 아이들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더 조심스럽고 과보호하게 되는 것도 당연한 듯 싶다.
문제는 알겠는데 해결방법이 참 어렵다.
다들 알아서 내놓으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실천할 의지는 있는지.
민원은 역시 쉽지 않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