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옷을 산다고 한 소리 들었다

옷은 몸은 보호하면 될 뿐

by 투덜쌤

1.

너도 좀 싸구려 옷 입지 말고 좋은 옷 좀 입어라.
니 나이면 좋은 옷 입어야 할 나이야


내 나이가 몇 개인지, 그게 내 옷을 입는 기준인지는 관심없지만 싸구려 옷을 입었다는 말에 당황스러웠다. 내가 어머니를 뵐 때까 무슨 옷을 입었더라? 그 때 자켓을 입고 갔는데? 그 자켓이 얼마였더라? 그런데 그 옷이 싼 옷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어머니가 오늘 마트에 가서 아버지 옷을 고르셨나 보다. 이것 저것 고르다보니 눈에 들어온 건 결국 값비싼 옷들.. 결국 조금 싼 것으로 눈을 돌리다보니 값비싼 것과 비교를 안할 수는 없는 일. 소재나 디자인, 심지어 브랜드까지 비교대상. 음. 내 생각을 말하자면 값비싼 건 당연히 소재도 좋고, 디자인도 좋고, 브랜드도 있는 거다. 값이 비싼데 저걸 충족못하는 게 사기인거지. 이게 내 옷을 고르는 관점. 비싼게 좋은 건 당연하다. 싸고 질 좋은 것을 찾는 기쁨이 쇼핑인데 그걸 왜 모르지?


2.

그러고 보면, 옷이라는 게 참 그렇다.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다양한 옷들. 요즘은 다려서 입는 면으로 되는 옷은 잘 사지 않는다. 귀찮.. 그렇다고 아내한테 부탁하기도 미안하고.. 그래서 기능성 옷을 주로 사거나 데일리로 입는 기본적인 티나 셔츠를 잔뜩 사서 돌려입는 편이다. 그게 남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뭐 싸구려 옷을 입는다고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중에.. '체면'이라는 게 있더라. 사회적 위치. 내가 교감이라? 뭐 그런 거 신경안쓴지 좀 오래 되었다만 그래도 교감이 추리닝을 입고 근무할 수는 없지. 아무튼 그것 때문이라도 좋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거다. 내 입장에서 좋은 옷은 그냥 깔끔한 옷일 뿐인데, 어머니는 비싼 옷이 좋은 옷이라 생각하시는 모양인거다.


3.

싸면 나쁜 옷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나는, 비싼 옷이 좋다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좋은 옷이 비싸기는 하더라. 하지만 천쪼가리 하나에 브랜드 하나 박아 넣으면 비싸지는 현실이라.. 그리고 비싸다는 건 결국 상대값이라서 더 비싼 것, 더 비싼 것을 찾으면 한이 없는 개념이다. 비싸다도 결국 내가 살 수 있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하는데.. 이건 밑빠진 독에 물붓기지.. 욕심이 만들어낸 함정이라고 본다. 더 비싼 옷이 어디있는가? 내가 필요한 옷이 있는 거지.


4.

그런데 사람들 중에서는 옷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 있는 듯 하다. 특이한 옷. 나를 돋보이게 하는 옷. 개성을 살려주는 옷. 그런 옷들이 비싸서 그 옷을 사는 건 이해한다. 그게 많이 비싸겠지만 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거 아닐까? 난 딱히 그 정도는 아니라서.. 다만, 스스로 옷을 만들어 낼 수 없으면 돈으로 그걸 사는게 가장 편한 방법이긴 하다. 그리고 편한 방법은 늘 제약이 따르지. 돈이 참 많이 든다. 그래서 난 좀 더 어려운 방법을 선택한다. 싸구려 옷이라도 나를 돋보이게 하면 되지. 소재를 바라보고 비싼 브랜드만 찾는 사람들에게는 멸시당하겠지만. 뭐, 세상에 그런 사람들만 사는 것도 아니니.


5.

이크. 이러다 보니 어머니를 디스한 꼴이 되었네. 뭐, 어머니의 가치관이 틀리다는 건 아니다. 나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잣대인거다. 그들이 나를 무시하지 않는다면 나도 그들을 무시할 이유 없는 것. 싸구려라고 이야기만 안 했어도 발끈하지 않았을텐데, 괜한 싸구려라는 말에 흥분했었다. (아, 물론 감정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예의없게 행동했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을꼬.

내가 어머니를 만나러 갔을 때에 입었던 옷은 분명 초기 판매가가 37만원이었지만 90퍼센트 할인해서 샀던 제품인건 맞다. 그래서 내심 그래도 싸구려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게 티가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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