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이 좋은 이유, 삶을 돌아보는 까닭

꼭 정상에 올라갈 필요는 없지

by 투덜쌤

가끔 등산을 간다. 아마도 등산을 즐겨하시는 분들에게는 '산'이라고 불릴만한 정도는 아니겠지만, 동네 뒷산이라도 열심히 올라간다. 주로 둘레길을 선호하지만 해발 200m도 안되는 곳이라 정상에 올라가기를 두려워 하지는 않는다. 내려갈 때 내 무릎의 안위만 걱정될 뿐.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꾸준히 체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그게 어찌되었던 남은 생(?)을 좀 더 건강하게 살아갈 힘이 될 듯 해서.


올라가다 보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더라. 옆에 사람과 떠들다가도 오르막길을 만나면 아무 생각없이 바닥을 보고 걷게 된다. 심장소리, 종아리 근육이 하나하나 느껴지는 순간, 그 때만큼은 정말 나 혼자 오롯이 이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힘이 든 사람은 좀 쉬어 가는 거고, 천천히라도 꾸준히 올라가면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중간에 잠시 쉬는 동안 나를 제치고 올라가시는 연배있으신 어른들. 그 분들이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 하지만, 그 분들도 얼마나 이 길을 올라갔을까 생각하면 (그리고 일천한 내 경력을 따지면) 당연한거지. 경험은 쉽게 쌓이지 않는다. 새로운 산을 올라가기는 어렵겠지만 그 동안 계속 탔던 산을 자신만의 속도로 쉼없이 올라가는 그들은 위대하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을 좀 더 쌓는다면 말이지. (아주 많이...)


무리하면 왜 이리 숨이 가빠지고 다리가 무거워지는지
나만의 템포를 아직도 몰랐던 거지.


내가 무얼 좋아하고 어떤 것이 적당한지 이 나이 먹도록 뚜렷하게 아는 게 없다는 건 좀 창피하다. 정말 굴곡없는 삶을 살았던 건가? 아니면 작은 구릉정도는 산이 아니라고 무시하면서 살았던 건가? 혹은 높은 산은 지레 포기하고 늘 돌아갔던 걸까? 나이를 이렇게 먹고 이제서야 도전하려는 마음이 생기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해야 겠지?


정상에 올라왔는데 바람은 참 시원하다.

의자에 앉아서 바라보는 풍경들은 올라온 사람만 맛볼 자격이 생긴다. 아무리 설명해도 체감하긴 어려운 경험. 그 경험이 쌓이고 쌓여야 다른 산들을 또 올라갈 힘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욕심이 난다. 좀 만 더 가면 더 높은 봉우리를 갈 수 있는데. 내가 갈 수 있을까? 의심하지만 도전하고도 싶고. 맘이 갈팡질팡 하다가 결국은 포기하는 쪽으로. 굳이 무모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꼭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좋다.

이 곳이 정상이라 생각하면 되지. 누군가는 정신승리라고 비아냥 대겠지만 어차피 그 사람이 내 삶을 대신 살아줄 건 아니다. 이걸로 만족하자는 게 아니라 다른 산에 올라갈 힘을 얻는 거다. 그렇기에 나의 이번 선택은 다음 등산을 위한 발판이 된다.


내려오는 길도 쉽지는 않았다.

올라간 만큼 내려와야 한다. 내 무릎은 오히려 내려올때 더 힘들다. 좀 더 근육에 힘을 주고, 천천히 천천히. 누구는 내려가는 길이 훨씬 편하다지만 내겐 안 그렇다. 그래도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부담이 되면서도 안심이 되더라. 그래서 반려자가 필요한게 아닐까? 혼자서 가는 길도 좋지만 걸음을 맞춰주는 누군가가 있어 좋다.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당장은 어렵겠지. 그래도 1주일이면 다시 올라갈 힘을 얻지 않을까 싶다. 그 동안 동네 뒷산이라도 열심히 올라야 겠다. 생각도 좀 많이 하고. 다리의 근육도 중요하겠지만 마음의 근육도 중요할테니.


힘내자


매거진의 이전글영화를 보는 목적이 꼭 진지할 필요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