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묻는다

교사란 교육이란 교감이란 그리고 나란

by 투덜쌤

1.


묻는다.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떤 교사가 바람직한 교사인가?


2.


요즘 처럼 심난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었다. 일제고사로 인해 한참 교육계가 혼란했을 때. 전국 모든 학생들의 실력을 진단하여 그들의 성적을 올리는 일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없었으나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 있는 듯 하여 내적 고민이 매우 컸었다. 학력평가에서 점수가 더 좋아야 한다는 압박감. 그로 인해 아이들에게 문제지 하나 학습지 하나 더 풀게 하고. 그래서 성적은 올랐을 지 몰라도 학습의욕은 더욱 더 떨어져만 갔다. 반 전체 성적 올리는 데에는 성적 제일 나쁜 아이가 올라오는 게 가장 빠르다만, 그런 아이들은 학습의욕이 바닥. 의욕이라는 건 쉽게 올라오지 않는다. 하지만 성적은 열심히 쪼으면 (반복학습을 그렇게 표현해서 미안) 가능은 하더라.


게다가 학부모들은 점점 아이의 성적을 신경쓴다. 그래서 학원도 더 보내게 되고. 아이들은 점점 학원이 늘어나고. 다른 학교와 비교되고. 공부를 잘 가르쳐서 우리 학교 성적이 높은게 아니라 주변에 학원이 많아서 학교 성적이 높은 걸 어찌하겠나? 결국 교사의 변인은 사라지고 만다. 좋은 학교에 발령받으면 훌륭한 교사가 되는 형국이 정말 싫었다.


마음에는 안 들지만 따라야 하는.. 그래서 '나는 역시나 공무원이군'을 되뇌였던 그 때도 심난했던 것 같다. 누군가는 열심히 싸우다가 불이익을 받고. 그런 사람들을 (너무 과격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도 했지만) 뉴스로 소문으로 전해듣는 건 너무나 괴로운 일이었다.


나는 과연 바람직한 교사인가?


3.


비록 교감이지만 마음은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결국 '나는 공무원이다'를 외쳤던 그 순간과 별반 다를 바가 없지만 그래도 마음은 늘 요동친다.

당당하게 나서야 하나? 그런데 왜 그게 나여야 하지? 나는 뒤를 받쳐줄 노조도 없는 걸.


답답한 마음을 토로해도 결국 돌아오는 건 입장 차이일 뿐. 빌어먹을 관리자 마인드.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시간이었는데 물이 들었는지 그런 소리를 듣는다.

교사들의 시선이 가끔은 두렵기까지 하다. 어차피 우리 편이 아닌거 다 알고 있어요.


참 우스운 건 교장, 교감들도 다 교사일 때가 있었다는 거다.

모를 리가. 다만 그걸 해석해야 하는 자리가 틀리다 보니 함부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거지.


4.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나? - 아이들을 잘 가르치면 된다.

바람직한 교사는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사이다.


한 명이 아닌 동시에 여러 명을 가르치는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기술이 부족하면 마음이라도 있어야 한다.

진상 학부모가 왜 반마다 없겠냐만 그 한 두 사람때문에 다른 많은 학부모들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관리자들은 진상 학부모들의 진상을 반사하고 또 반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사람들이 교육청, 교육부, 청와대에 신고를 하더라도

그 곳은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지금도 분명히 그렇게 하고 있음에도 왜 진상 학부모들의 진상 짓은 끊이지 않는지 놀랄 일이다.


법령에 따라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일들은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교사를 지켜주는 게 아닐까?


5.


서이초 교사, 호원초 교사.

그리고 내 옆에 있었던, 뉴스에 오르내리는 수많은 선생님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나는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왔지만 나도, 누군가도 어쩌면 저렇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게 슬펐다.


내일이면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데 학부모를 선생님들을 만나야 하는데

요즘처럼 심난한 날에는 어떤 얼굴로 맞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래도 웃어야 하나?

내가 교사라서? 천직이라서? 교감이라서? 학교의 얼굴이니까?


6.


아픈 마음을 묻는다.

심란한 생각들을 접는다.


이런 생각들이 결국 나를, 사회를 바꿀 것이라 믿는다.

마음 속에서 물었던 수많은 질문들을 가슴 속에 묻고 내일을 다시 살아가련다.




밤 늦게 글을 쓰는 건 정말 좋지 않다.

잠이 오지 않는 걸 어쩌랴.

그래도 치받혀 오르는 감정들을 쏟아 붓고 나니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는 불편해 하시지는 않으시길.


분명 나는 내일 이 글을 읽고 후회할 거다.

어쩌면 펑하고 사라져 휴지통에 묻어버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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