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페이스 : 가급적 나쁜 감정을 드러내지 말자

by 투덜쌤

1.


포커페이스란 말을 좋아하진 않는다.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느낌이 커서 더욱 그렇다.

이런 종류의 비난을 얼마나 많이 하는가. 한 입으로 두말 하지 말라, 겉과 속이 다르다, 심지어는 양두구육.

하지만 이 자리에 있으면서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는 게 '절제된 감정표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게 누구에게는 포커페이스로 읽혀질 수도 있겠다만 여러 사람에게 보여지는 나는 그냥 일개의 '개인'이 아니더라. 나는 결국은 '관리자'. 그래서 때로는 비난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2.


아이들한테는 굳이 이러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좀 더 과장되게 행동할 수 있었다.

별거 아닌 일에 오히려 크게 실망한 척을 했고, 반대로 아주 조그마한 선행에도 엄청 감동한 척을 했다. 반대로 심각한 일도 별거 아닌척 연기하고는 뒤에서는 혼자서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많다. 애들 앞에서 내가 호들갑을 떨면 별거 아닌 일도 더 커지니.


그런 것들은 내가 가진 교육적 지도 카드라고 믿는다. 예방주사이기도 하고 동기유발이기도 하고, 행동과 생각을 바꾸도록 돕는데에는 오히려 감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이 교사의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하면서 사회성도 길러질 거라 생각한다.


3.


자리에 서면 보는 풍경이 다르다고 누가 말했던가?


막상 이 자리에 오니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의 가벼운 농담 하나가 누구에겐 서슬퍼런 칼날일수도 있더라. 아이들에게는 괜찮다고 이야기하면서 달래주기도 했는데, 어른이다 보니 그게 그렇게 쉽지 않더라.


어른이라서 힘든 건 래포형성이었다.

선생님과 학생은 그래도 신뢰관계를 만들 수 있는 기초적인 관계가 되는 데, 교감과 교사는 신뢰라기 보다는 상하관계 혹은 적대관계가 좀 더 부각이 되는 듯 싶다. 뭐 노사관계라고 보면 명확해 지려나? 딱히 내가 사용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교사에겐 내 위치는 '갑'의 위치였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보니 감정 표현이 쉽지 않다. 아니 조심스러워졌다. 어떻게 느낄 지 모르니. 자칫 갑질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지.


4.


그래서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게 교감의 미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지혜라고는 생각했다. 한번도 갑이라고 생각해 보질 않았는데 정당한 업무지시마저도 갑질이라고 신고당한다는 사례들을 들을 때마다 더욱 더 몸을 움츠린다. 내가 그들과 쌓은 정이라는 게 얼마인지 자꾸 가늠하게 된다.


밥을 더 사야하나? 좀 더 자유롭게 해 줘야 하는 건가? 그렇지만 나는 복무 관리자이기도 한데.


내가 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데 권한은 온전하게 사용할 수 없으면서 책임은 오롯이 져야 하는 상황이 꽤나 불만스러웠다. 뭐 내가 견딜수 있는 정도의 책임이라면 얼마든지 질 수 있을 듯 하다만.. 그게 내 책임이라고 누군가 강요하듯이 말한다면 울컥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 밖에.


포커페이스가 되어야 한다는 건 이 때를 위함인데.. 이론과 실전은 참 다르다는 말이지.


5.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만, 학교의 방향이나 철학에 대한 내 생각이 있는데 그걸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게 너무 답답하긴 하다. 그런 사람들만 모아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고 싶다. 그게 분명 혁신학교였는데... 이젠 그런 혁신학교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좀 아쉽긴 하다.


어쩌겠는가? 공립학교는 계속 사람이 돌고 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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