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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쌤 Mar 15. 2024

가정환경 조사는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좀 더 자세하게 구체적으로. 싫으면 말아야 하나?

내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이 안다는 것만큼 불편한 일은 없다. 그래서 개인정보법은 대상, 내용, 기간을 모두 제한하고 있다. 심지어는 원하지 않으면 제공을 거절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서비스를 못 받게 되는 거겠지만.


초중등교육법에 의거하면 학교에서 필요한 정보의 수집은 합법적인 수준에서 결정된다. 아이들의 주민등록 번호라든지, 부모님 이름이라던지, 주소, 학적 사항들은 거절할수도 없는 사항이다. 그래서 가정환경 조사서에 이런 것들을 쓰는 건, 뭐 당연한 일이다. 다만,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게 되면 조금은 불편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왜 한부모인걸 알아야 하지? 왜 부모 직업이 궁금할까? 왜 경제형편을 알려고 하는거야?


지나친 정보를 획일적으로 요구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적당한 정보를 교사에게 주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수업을 할 때 아이가 한부모 가정이라면 조부모 가정이라면 다문화 가정이라면 조금 더 교사는 주의를 기울여서 가르칠 수 있겠지. 예전에 한 선생님이 공개수업을 하시는 데 (오해마시길, 교사 대상 공개수업이었다) 가족의 형태를 가르치시는데 집에 부모님 다 계시지요? 라는 질문에 한 아이가 손을 들고 "우리 집에는 엄마, 아빠가 없는데요?"라고 이야기를 해서 얼마나 당황하셨던지. 알고 보니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주말에만 아이를 보는 가족이었다나. 그 수업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은 혹시나 아이한테 상처를 주었을지 고민했고, 다음 날 아이와 상담하면서 해결되면서 얼마나 후련해 하셨는지 모른다. 뭐 더 심한 사례도 차고 넘치겠지만.. 


아이를 학교에 맡기고, 담임선생님을 만났을 때에는 아이를 잘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누구보다 클 거다. 가정환경조사서에 못다 적은 말들은 따로 상담때 하면 되는 거겠지. 굳이 활자화를 바란건 아니니. 사생활침해라고 하지만, 아이에 대한 주변환경의 이해는 그 아이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일일이 상담하기 어려운 학기초라 일괄적인 가정통신문이 나갈 뿐, 결국은 알려야 하는 문제이고, 알아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고 아이에게도 밝히기 싫다면, 봉투에 넣는 것도 한 방법일거다. 교사가 학부모를 깔볼까봐 혹은 얕보일까봐, 선입견을 가질까봐 뭐 다양한 불편의 이유도 있겠지만, 자존심을 지키는 선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경제 형편까지는 아니더라도, 교육급여자 정도까지는 이야기를 해 줘야 나중에 장학생 선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지나치게 세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대답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 다 적지 않는다고 혼낼 이유도 없고. 교사들도 지나친 정보를 요구하는 건 지양해야 하는 것도 맞지. 결국 그 때 그 때 달라요. 서로 의심하고 못미더워하면 아이들 파악이 늦어지는 거고, 오해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거다. 뭐, 그런 일이 벌어졌을때 서로 이해해 준다면 뭐,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원하고, 제공해도 괜찮다고 본다. 부모님이 학교에 원하는 게 적고, 교사도 아이들을 파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데 우째.


다만, 이러한 사회가 정말 바람직한지는 좀 고민해 봤으면. 적어도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들을 교육하는 곳에서 어른들끼리 서로 믿지 못한다면, 피해는 아이들에게 밖에. 그건 정말 최악의 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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