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덜쌤 Jul 16. 2024

이렇게 더운 날씨에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다니요!

학교 민원 이야기 (3)


1. 아니 폭염주의보가 내렸는데 운동장에서 수업을 하네요.

2. 우리 애가 더워 죽겠다고 하더군요. 생수나 썬크림이라도 학교에서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여기에 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자꾸 이런 전화가 온다.

그만큼 덥다는 방증이기도 싶지만, 이걸 꼭 전화로 이렇게 항의(?)를 해야 싶기도 하다.


아이가 찡얼찡얼 대고, 오늘 날씨는 더웠고. 그럼 부모 입장에서는 살짝 열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교실에 지냈을 적을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그런 거 고려하지 않는다. 특히나 여론(?)을 주도하는 몇몇 남자아이에게는 내리쬐는 태양 정도야. 거기에 휘둘릴 필요는 없겠지만 교실의 평화를 위해 야외 수업을 기획하기도 한다. 물론 더운 곳과 시원한 곳을 번갈아 이용하지. 수업 상 필요하니깐. 


체육관 같은 실내체육시설이 정말 많았으면 좋겠다. 이전 학교에는 적당한 학급 수에 커다란 체육관이 있어서 1주일에 한 번은 체육관에서 에어컨 켜놓고 수업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큰 학교에 와보니 1주일에 한 번이 어렵더라. 체육은 일주일에 3시간이나 있는데. 비온다고 못 나가고, 덥다고 못 나가고, 춥다고 못 나가고. 이러다 보면 운동장에서 수업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이런 불상사가 생긴다. 큰 맘 먹고 나갔는데, 어느 아이는 그게 너무나 불만인 상황이 되고, 그걸 들은 학부모는 학교에 항의 전화를 하시고.


처음 민원은 실은 수업권에 해당된다. 교사가 수업을 어디서 할 지를 결정하는 데에 대해 제재할 수 없다. 다만, 폭염주의보에는 가급적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하지. 선생님도 그걸 모르고 운동장에서 하루 종일 수업을 했을리가 없다. 정말 필요해서 나갔을 거고, 적당한 휴식과 선택권을 주었을 거다. 더웠다는 투정 하나로, 교사를 생각없는 사람으로 몰고 간다면.. 그걸 어떻게 교감이 동의해 줄까? 참 난감할 뿐이다.


뭐, 큰 일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좋게. 좋게.) 그냥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끊긴 했다만 두번째 민원인 학교에 생수, 썬크림을 요구하는 건 마냥 웃으면서 받기는 어려웠다. 가정에서 해야 될 일과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의 경계가 필요한데 말이지. 준비물을 안 가져왔다고 소외받는 친구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 학습 준비물을 갖춰주지만, 그렇다고 모든 개인 준비물들을 학교에서 구비하지 않는다. 어느 새 가위, 풀 이런 것들도 다 학교에 있어야 한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뭐 예산이 많아서 다 사준다면 그것도 방법이려니 생각은 하고 있다만.


가정에서 개별로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은 준비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고. 1학년인 경우 늘 배변훈련이 안된 소수의 아이때문에 교실에서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생기고, 그게 아이들에게 커다란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그걸 또다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책임을 돌릴 수는 없지 않는가? 물론 집보다는 불편한 환경이라 어려워하긴 하다만.. 그런 일이 있어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가정에서 해 주셨으면. 


솔직히 이런 분들은 학교에서 일부이다. 민원을 내는 사람도 일부이고, 민원을 받을 만한 사람도 일부이고. 득이 되는 일부의 의견은 학교 발전에 많이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민원은 결국 악성으로 변하기 일쑤이다. 분명 모든 민원이 나쁜 건 아니다. 나도 무조건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아니고. 각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다보니 학교에서 가정으로 보내는 민원이 되어 버렸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눈치를 보며, 불편한 말을 건네기를 주저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