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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덜쌤 Nov 19. 2024

두꺼비 요원과 올빼미 악당의 로맨스

화요일의 두꺼비 - 2학년 권장도서

예전에 저학년을 했을 때에도 이 책은 필독도서에 목록에 있었고,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이 책을 읽어 준 기억이 있다. 그 때도 물론 재미있었다. 아이들도 좋아했었고. 그러나 그렇게 인상적인 책은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읽으면서 모든 생각이 바뀌었다. 이 책 정말 굉장하다!




두꺼비가 주인공이라니. 게다가 겨울이다. 겨울잠을 자야하는 동물이지만, 추워서 땅밑에서 쉬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그 두꺼비가 고모에게 과자를 드리려고 밖을 나가려고 한다. 눈이 쌓인 그 한 겨울에.


스키를 타고 지나가다가 곤경에 빠진 사슴쥐를 구해 준다. 그리곤 길을 나섰는데, 아뿔싸 올빼미가 나타날 건 뭐람. 올빼미를 조심하라는 복선이 있었지만, 야행성인 올빼미가 낮에 활동할 줄은. 도망치다 다친 두꺼비는 결국 올빼미에게 잡힌 신세.


그런데, 올빼미 이 녀석의 말이 화요일이 자기 생일이라 그 날까지 잘 보관했다가 생일날 먹겠단다. 그래서 얻은 6일의 여유. 이 기간 동안 두꺼비와 올빼미는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묘한 상황이 된다. 


두꺼비와 올빼미가 서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꽤나 브로맨스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다. 깔끔한 두꺼비가 지저분한 올빼미의 방을 치우면서 조금씩 스며드는 둘 만의 온기에 왜 이렇게 미소가 지어 지는지. 인질이 범죄인에게 호감을 같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마냥 해피엔딩이 될 줄 알았는데.


미션 임파서블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듯 했다. 탈출 사다리를 만들고 올빼미에게 들키고, 사슴쥐가 구해주고, 올빼미가 여우에게 잡혀서 낭패를 겪고, 두꺼비가 다시 올빼미를 구해주는 뒷 부분은 정말 재미있었다. 뻔하디 뻔한 결말이라고 해도, 그렇게 된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이들에게 비극을 선사하긴 너무 저학년 동화였으니.




착한 마음, 긍정적인 생각이 꼭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삶을 영위하는 데에는 꼭 필요한 감정과 생각이라 여겨진다. 만약 두꺼비가 올빼미에게 잡힌 그 순간에 겁에 질려 아무 것도 안하고 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혹은 올빼미와 싸우려고만 했다면 또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두꺼비는 올빼미의 집에서 편하게 있을 수 있었을까? 


이게 동화가 아니라면 환심을 사는 척하면서 결국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이야기 전개도 가능했겠다. 범죄의 재구성처럼 서로를 속고 속이고 했겠지. 올빼미는 두꺼비를 먹어야 하는 육식동물이니 친구되는 건 요원했을 테고. 동화적인 감성을 느와르로 바꾸면 범죄 영화나 안티 히어로들 영화가 꽤나 나올 만도 하다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정말 풍부하게 읽혀진다.


아이들도 이 이야기를 읽는다면 충분히 재미있어 할 거라 확신한다. 글밥도 그리 많지 않고, 조금만 집중할 수 있는 힌트만 준다면 몰입감이 대단할거다. 다시 읽어준다면 성대묘사도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흥미진진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중간 중간에 질문하면 오히려 화내겠는걸? 


다 읽고 나서 아이들이랑 이야기해 볼만한건 뭐가 있을까?


니가 두꺼비라면, 혹은 올빼미라면 친구가 되어 줄 수 있겠니?

- 교실이나 주변에서 힘든 친구들을 생각해 보면 좋을 듯. 두꺼비도 노력했고, 올빼미도 노력했고. 그러니 너도 좀 노력했으면 좋겠다가 되면 참 좋겠지만 섣불리 이걸 아이한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 다만 마지막에 두꺼비가 올빼미를 타고 고모에게 갈 때의 기분을 좀 더 떠올리게 하면 좋을 것 같다. 당장은 이야기해 주지 못해도,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아이와 함께 떠올릴 좋은 이야기거리가 되지 않을까?


다시 읽어봐도 마지막 한 장인 상처투성이의 올빼미와 두꺼비의 웃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네. 굳이 싸우고 이기는 것보다 함께 살아가는 게 훨씬 더 보기 좋은 듯 하다. 현실에선 그게 힘이 더 센 쪽의 의사가 중요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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