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 2학년 권장도서
앤터니 브라운의 그림동화는 언제봐도 좋다. 특유의 그림도 좋고,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도 좋고.
아빠로써 많이 찔리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읽어주기가 많이 주저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읽기에 아니 보기에 참 좋은 책.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고릴라의 모습도 그렇고, 그려진 그림마다 숨겨진 고릴라를 찾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그림만 봐도 즐겁고, 웃음이 나오면서 애틋한. 정말 그림동화의 장점을 십분 살린 아주 멋진 책.
왜 하필 고릴라였을까? 험상궂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슬프기도 하다. 살짝 웃으면 장난꾸러기 같기도 하고. 무섭게 느끼지만 자세히 알면 무섭지 않고, 친하게 지낸다면 오히려 든든한 우군같은 이미지.
그게 아빠일까?
무서워 보이지만, 자세히 알면 무섭지 않고, 내 뒤를 든든하게 받춰줄 것 같은 그런 이미지를 고릴라에서 찾은 듯 하다. 그래도 요즘에는 엄마 같은 아빠들도 꽤 많은데, 아직 사회적으로 아빠의 이미지는 이렇게 고착되었나 보다. 뭐, 엄마보다는 아빠가 훨씬 더 고릴라 스럽지 않은가? 결코 외모 비하를 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내용적으로 굉장하다는 점은 없다.
어른 눈에는 해학적인 삽화들이 자꾸 눈에 띄일 뿐.
슈퍼맨이 슈퍼고릴라로 바뀌고, 라라랜드에 나올 만한 장면이 고릴라들로 채워지고 (라라랜드가 훨씬 뒤에 나왔지) 전쟁포스터 같은 고릴라 전사는 뭔 의미일지. 식당에서 고릴라 앞에 잔뜩 쌓아놓은 바나나 껍질은 자세히 봐야 보인다. 그림 하나하나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는 재미가 꽤나 좋다.
아이들이랑 같이 보면서 찾아보면 할 말이 많겠는걸?
우리 가족을 동물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나요?
- 꼭 아빠가 고릴라일 필요는 없겠지. 우락부락한 모습이지만 친근할 것 같은 이미지로 생각하면 고릴라일수도 있고, 다른 동물일수도 있고. 아빠 말고 다른 가족들로 후속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 갑자기 '아빠는 개'라고 했던 유머스러운 짤이 생각났다. 개 같은 아빠는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라 '잘 놀아주는'을 대신하는 말. 어른들의 상상력으로 보면 얼마나 당황스러운 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