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간 내 동생, 5학년 필독도서
화성에 간 내 동생. 제목이 풍기는 냄새는 좀 비극적인 느낌이랄까? 왠지 멀리 떠난 동생이라는게 너무 비극적인 상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일본 작가들의 깔끔한 감정처리에 대한 기대때문에 은근히 기대하면서 골랐다. 절제된 감정처리가 묘사되길 바라며.
내용은 야마구치 다쿠마라는 6학년 남자 아이의 이야기다. 시크하고 약간 사춘기스러운 아이. 그런 아이에게 동생이 하나 있고, 그 동생은 몸이 약하다. 그래서 병원하시는 외삼촌 댁에서 살아서 동생의 존재가 그닥 살갑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런 동생 겐지가 다쿠마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삶에 들어오면서 겪는 에피소드들로 채워졌다.
정말 교실에 있는 6학년 남자 아이의 모습을 보는 듯 한 묘사는 미소짓게 만든다. 그 녀석들의 심리야 뭐 그렇지. 약간의 정의감, 약간의 존재감. 그게 안되면 모든 걸 무시하면서 시크함. 교실마다 그게 일종의 멋짐이라고 믿는 녀석들이 한 둘 있는데 딱 다쿠마는 그런 아이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점이 많다. 능력도 있고, 실력도 있지만 노력해야 할 이유를 못 찾는 아이이기에 끊임없이 아이에게 피드백을 해 주려 애쓴다. 그러나 대부분 그 노력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일종의 잔소리로 인식하는 순간 부모님의 잔소리와 교사의 잔소리는 동급이 되어 버린다.
그러면 어떻게? 부모님은 못하는 '무시하기' 전략을 쓸 수 밖에. 물론 학기 초반에는 파악을 해야 하기에 이리 저리 시도를 할 순 있겠지만 빨리 알아차렸다면 관망을 하는 게 좋다. 그 친구가 능력있다는 걸 아는 건 나만이 아니지. 아이들도 잘 알지. 그래서 다쿠마에게 조언을 해 주는 담임 선생님 정도의 역할이 딱 좋다. 그런 조언을 하려면 그 아이에게 시선을 떼지 말아야 한다. '무시하기'는 전략일 뿐, 행동 그 자체가 될 순 없지.
이 이야기는 다쿠마라는 아이의 성장 이야기다. 왜 그가 시크한 사춘기가 올 수 밖에 없었는지,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뒷 부분으로 갈수록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런 F 같으니라구) 아이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울컥한다. 글을 쓰면서도 감정이 올라오는 건..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다쿠마는 겐지라는 동생이 보는 세상을 하찮다고 생각했다가 서서히 그 세계를 이해하면서 바뀌는 아이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다. 달라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 까지 얼마나 지난한 시간이 필요한지. 분명한 건 이런 저런 자극이 없었다면 결코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을거고, 그 자극들은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 - 묵묵히 노력하는 맹구, 형을 좋아하는 겐지, 어쩌면 반면교사가 되었을 기자키, 그리고 호감있는 하라다, 아, 호리 선생님까지 - 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결국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건 변치 않는 가치가 아닐까?
끝은 정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마무리된다. 달리기에서 1등을 했는지 결말이 뭐가 중요하랴. 동생 겐지가 화성에 다녀왔다고 믿는 순간, 아주 훌쩍 커버린걸.
아참. 이 책의 장점은 재미있는 그림이 아닌가 싶다. 삽입된 독특한 그림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예쁜 만화풍 일러스트 풍의 그림보다 훨씬 더 정겨운 작품들.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시는 유준재님께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