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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주는 동화

빵터지는 빵집, 6학년 필독도서

by 투덜쌤

아침에 빵을 먹는 걸 좋아한다. 쫀득쫀득한 식감이 가득한 베이글과 아메리카노 한 잔은 왠지 아침의 여유를 느끼게 한다. 달지도 않지만 씹다보면 올라오는 고소함이 약간 쓴 커피와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뭐 이런 습관이 들은 건 최근이다. 그 전까지는 아침밥을 고집했으니. 세상이 변하면서 취향도 변하는 듯 하다. 무엇보다 함께 사는 사람의 취향을 따라가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목부터 호기심이 났다. 빵집 이야기라. 초등학생들에게 빵집이 주는 느낌은 좀 구닥다리 같아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빵집 아들 이야기더라.


한 때 프랜차이즈 빵집이 늘어나면서 동네 빵집들의 고군분투가 매스컴에 오르내린적이 있었다. 작가는 아마도 그 시대상황 속에서 글을 쓴 듯 하고, 동네 빵집에서 건강한 재료로 진심만을 전하려는 제빵사 아버지를 생각한 듯 하다. 소년 이야기답게 굉장히 경쾌하고 쉽게 읽혔다. 그리고 결론이 해피엔딩이 되서 다행이다. 현실의 많은 사례들은 실패로 귀결이 되었지만.. 이야기마저 우울하면 안되지.


그런데 왜 나는 자꾸 이 책이 삐딱하게 읽히는 걸까?


프랜차이즈 빵집과의 경쟁. 솔직히 같은 소상공인 아닌가? 프랜차이즈를 선택한 그 분의 노력도 간과할 수는 없을텐데 초반부에는 약간 나쁜 가게로 표현되었다가 (심지어 정우의 큰아빠) 후반부에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것도 살짝은 아쉽다. 다시 읽어보니 프랜차이즈 빵집에 대한 나쁜 표현은 없었다. 박주엽이라는 아이의 내적 표현이 계속 그렇게 읽힌 거지. 나도 벤댕이 속알딱지인가? 이런.


자본주의적인 속성을 다 제거하고 본다면 경제학적으로는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다. 좋은 상품만 가지고 성공할 수 없고, 그에 맞는 홍보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인상깊게 읽었다면 다행.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설문조사, 시식, 재미있는 이름 짓기 등) 을 나열해서 이 이야기를 읽는 아이들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다. 하지만 빵집 사건이 중심이 되면서 아이가 겪었던 친구들과의 관계라든지, 가족과의 소통과 공감 뭐 이런 부분이 비중이 낮아 보여서 좀 아쉬웠다.


전학을 갈지도 모른다는 공포, 부모님이 싸운다는 상황, 프랜차이즈를 고집하는 누나, 빵을 좋아하고 공부잘 하는 아이가 하필이면 경쟁빵집의 조카, 그러다 싸우게된 삼총사. 갈등상황은 꽤 많을 것 같았는데 너무 쉽게 쉽게 넘어가 버려서 아쉬웠다. 이런 갈등 상황을 보는 걸 아이들은 싫어하려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방황이 너무 길면 채널이 돌아가버리는 그런 건가? 건강을 위해 빵에 설탕을 넣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강한 단맛이 첨가되어야 하는 뭐 그런 딜레마인가?


이래서 찜찜했나 보다.


빵집은 건강함과 정도를 내세웠지만, 이야기는 왠지 물흘러가듯 쭈욱 지나가버리는 듯한 느낌. 뭐 내가 아동문학 평론가도 아니지만 그런 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있었던 책이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일상 소재와 시의적절한 주제를 이야기로 엮은 건 또 작가의 능력이라고 봐야 겠지?


빵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한 번 더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금 미진하다고 여겼던 여러 가지 주제들을 다른 활동들로 풀어냈으면 좋겠다. 어쩌면 작가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녹이기가 어려워서 빵집에 좀 더 집중한 게 아닐까 싶기도. 뭐 이러나 저래나 책을 한 번 읽어 본다면 좋지!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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