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척, 6학년 필독도서
찔리는 말. 모르는 척.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불의를 보고 모르는 척일 가능성이 제일 많고, 좀 더 복잡하게 생각하면 상대의 잘못을 짐짓 모르는 척일수도 있고. 하지만 아이의 수준에선 앞의 경우가 맞겠지?
왜 6학년 필독도서였을까? 주인공이 6학년이라서? 글밥을 생각하면 3, 4학년으로 이야기할만하다만 내용은 그리 간단치 않다. 따돌림이나 정의로움 약간의 찌질함들을 이해하기엔 좀 더 고학년이 적당해 보인다. 단순하게 글이 짧다고 중학년으로 빼는 일은 없었으면. 내가 보기엔 이 책은 고학년이 좀 더 적당해 보인다.
그림이 주는 강렬함이 너무나 큰 책이다. 단색으로 표현된 판화같은 그림들은 글과 글 사이의 간극을 메꿔주는 힘도 지녔다. 어찌보면 고학년을 위한 그림책일수도. 쉽게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쪽 수가 많으니 책은 가볍지 않네. 그래도 짧은 시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 아닐 수 없다. 부부인 두 작가의 솜씨가 정말 호흡이 척척 맞는 느낌!
돈짱과 야라가세 패거리들. 그 사이에 있는 주인공과 친구들은 불의를 그냥 모르는 척 하는 일개의 범인일 뿐이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모르는 척'하는 사람도 괴롭히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가 마냥 찔리는 정말 순수한 아이. 하지만 법은 멀리있고 주먹은 가까이 있는 법. 일종의 권력자가 그 괴롭히는 행위를 했을 때 빠져나갈 수 있는 수많은 구멍들을 야라가세 패거리들은 알고 있었다. 거기에 치카코의 말은 또 은근히 찔리는 부분이 있다는 거지.
"왜 화를 내지 않았습니까? 싫다는 말을 확실히 하지 않는 것도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니가 좀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외치면 '모르는 척'했던 사람들은 '아는 척'을 할까? 아니면 여전히 '모르는 척'을 하면서 '그건 니 문제야'를 이야기할까? 왜 자꾸 후자일거라고 생각이 드는 건지. 제발 아이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만.
어른이 되서 창피한 건 나약함을 체감하고, 비겁함을 정당화하며 때로는 힘쎈 편에 붙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거다. 그렇기에 전교생이 보는 졸업식에서 용감하게 한 발 내딛은 주인공 아이가 참 대단해 보이고, 그 앞에선 야라가세의 한 발도 의미있어 보인다. 그래 이런게 진정한 성장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