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괴물, 1학년 권장도서
집에서 밥을 먹을 때면 가족 다 같이 동시에 식탁에 앉는 경우도 별로 없거니와 같이 앉아있는다고 해도 각자 들고 있는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 도입한게 패드를 식탁 옆에 놓고 무한도전을 틀기. 옛날 프로그램을 5분씩 잘라서 보여주는 너튜브가 있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같이 봤던 프로그램이라서 그래서 함께 즐기면서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 당시에는 모두가 TV에 빠져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TV가 가족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옛날 TV 프로그램. 그래서 어렸을 적 가족이 함께 무언가 한 경험은 참 중요한 것 같다. 커서는 생계로 인해 더 못하게 되니.
제목이 희한해서 골랐던 이 책이 가진 의미가 생각보다 크더라. 대화의 중요성, 경청의 중요성. 그러고 보니 요즘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할 말만 한다지? 교실에서도 보면 서로 자기 이야기 들어달라고 손을 드는 친구들이 많다. 아니 손도 안 들고 큰 소리로 떠들곤 하지. 심지어는 다른 친구가 이야기하는 데에도 손을 들고 시켜달라고 한다. 잘 듣는 연습이 중요하기에 늘 진정시키는 데 저학년일수록 쉽지는 않았다. 지금은 좀 더 할 려나?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에는 함께 볼 수 있는 TV프로그램이라도 있었지, 지금 아이들은 그런 프로그램이 있을지 궁금하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후에 다 같이 모여서 TV를 보는 건 국룰이었는데. 월요일 학교에서 개그콘서트에 나온 유행어를 따라하지 못하면 소외감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제 그 빈자리를 SNS 들이 차지하고 있다. 유행하는 밈이나 춤, 노래들을 따라 잡으려 아이들은 애쓰고 있다.
어른들은 그런 문화가 생소하니 점점 격차가 벌어진다. 예전보다 더 벌어지는 것 같다. 넷플릭스는 가입한 사람들만 보는 거니 가입하지 않은 나는 '폭삭 속았수다'가 재미있다고 해도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없다. 이야기하려면 결국 가입해야 하는데, 나는 의외로 그런 고집은 쎄서 '굳이?'라고 외치곤 하지. 쓸데없는 고집이다. 뭐 보고 싶으면 요약본이라도 보면 된다.
책 이야기가 저 너머 안드로메대로 빠져 버렸다. 아무튼, 책의 내용은 참 단순하다.
각자 말하지만 들어주지 않는 소리들이 모여서 괴물이 되고, 그 괴물로 인해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니, 괴물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고집스러운 펭귄은 씬스틸러. (보시면 꼭 찾아보셔라)
흘려 듣는 말들이 모여서 나쁜 괴물을 만든다는 설정은 참신하다. 그런데 그 말들이 대부분 어른들의 조심하라고 지적하거나, 잘못했다고 나무라는 말들인 건 생각해 볼 만 하다. 너의 안전을 위해서 너의 성장을 위해서라고 이야기를 하겠지만 너무 습관적으로 뱉는 말들이 아닌지 조금은 반성했다. 얼마나 귀찮으면 저렇게 다 흘려버렸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넘어가자는 건 결코 아니다만) 방식을 좀 더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고 일관적이게 행해야 한다는 걸 늘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감정이 상하면 나도 곱게 말이 안나가니... 어른인 내가 먼저 고쳐야겠지.
아이들과 대화가 안통하니 자꾸 아이들과 멀어지는 걸까? 아니면 아이들의 문화를 알고 싶지 않은 어른들의 태도때문에 아이들과 관계가 멀어지는 걸까? 탓을 굳이 해야 한다면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의 탓으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우린 적어도 그 나이를 잘 보낸 '경험'이라는 게 있으니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