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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청사록

예쁜 것을 보면 간직하고 싶은 마음

아침 등교길에 잠깐 하늘을 보다가

by 투덜쌤


어제 학교 교정에 목련이 참 흐드러지게 피었다.


너무 활짝 핀 꽃은 좀 안쓰럽다.

피어난 화려함이 곧 꽃잎의 무게로 인해 추락할 것을 알기에

그 찬란함보다는 곧 다가올 운명에 숙연해 진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건 명백한 사실이다.

잠깐 서서 꽃들을 감상하자니 바로 옆에 일찍 등교한 아이가 핸드폰을 꺼낸다.

학교내에서 핸드폰 사용 불가인데 말이지.


전원을 켜고 익숙하게 손을 들어서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러고는 찰칵. 아이의 핸드폰에도 하얀 목련꽃이 피었다.


예쁜 것을 마음에 간직하려는 마음은 다 똑같은가 보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예쁜 것이 보이는 게 아니라,

이제 예쁜 것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가졌기 때문이겠지.


모든 아이가 다 꽃을 보고 찍고 싶진 않을텐데,

이 녀석은 오늘 아침 학원 숙제, 엄마의 잔소리, 이른 등교의 피곤함 따위는 없는 거겠지.


아이가 참 해 맑다.

예쁜 것을 간직해 두고 싶어 사진을 찍고 싶지만 참을 수 밖에.

마음 속에 간직하련다.


오늘 잠깐이지만 만나서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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