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가도 모르겠네
우리 학교에는 방송반이 있다. 학생 5명으로 구성된 몇 안되는 자치조직이다. 아니지 선발을 했으니 자치는 아닌건가? 보통 방송조회를 할 때 아이들의 두 손을 빌리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침방송 DJ와 점심방송 DJ. 아이들이 원하는 노래를 틀어주는 그 일을 가장 열심히 하고 보람있어 한다.
그래서 아침 등교길에 울려 퍼지는 노래 소리는 늘 흥겹다. 최신 유행곡의 추이를 알아보기에도 좋다. 가끔 왜 저런 노래가 나오는지 의아할 때도 있지만.
최근에는 GOD의 어머님께가 나오더라.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돌고 있는데 몇몇 아이들이 따라 부른다.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야이야이야~ " 왠지 어깨춤이라도 같이 추고 싶은 순간이다. 도대체 왜 이런 노래가 나올까 의아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부모님의 영향이 아닐지. 그러고 보면 우리 아이들도 8090 노래들에 꽤나 익숙한 것도 그 때문일거다. 함께 여행갈 때 늘 차안에서 틀어놓고 흥얼거렸던 노래들. 추억이 묻어 있어서 운동장이 너무나 평화로워 졌다.
며칠 전에는 등교길에 빅뱅의 IF YOU 라는 노래가 나왔다. 약간 우울한 느낌으로 들었었던 노래라 아침에는 맞지 않겠다 싶어서 방송실에 들어갔다. 왜 이런 노래를? 신청곡이에요. 삐뚤빼뚤 적힌 글씨로 빅뱅과 IF YOU가 보인다. "아직 너무 늦지 않았다면 우리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아침에 이 노래를 듣고 교실로 들어가긴 너무 우울하진 않을까? 하지만 그것도 아이들의 선택이니 뭐라 하지 않았다. 대신 내 기분만 전했다.
교감 선생님도 신청곡 좀 틀어줄래? 난 이무진의 청춘만화 같은 노래가 좋더라.
아이들이 너무도 흔쾌히 다음 곡으로 틀어 주었다. 아침 등교맞이 하면서 입가엔 미소가 넘치고 몸이 들썩들썩 한다. 아이들은 내가 왜 이렇게 기분 좋은지 모르겠지? 이 노래 가사가 너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란다! 한 번씩 되새김 하면서 들어줬으면 좋겠어.
따사로운 온기가 닿을 구름을 향하는
비행이 망설여지기도 하겠지만
한 번뿐인 이 모험을 겁내진 않아
오늘보다 오래된 날은 없으니
어서 날아오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