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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청사록

궁금해하지 말 것, 호기심 금지

알고리즘에 빠진 세상

by 투덜쌤

여름에 사야할 수영복을 찾으려 쇼핑몰을 돌아다녔다. 키워드에 남자를 치지 않아서인지 참 다양한 상품들이 나온다. 비키니까지 추천해 주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그러다 맘에 드는 녀석 클릭, 일단 눈팅하고 뒤로 갔다가 다시 리스트 보기. 그러다 아내가 입을만한 원피스 수영복이 있길래 클릭. 음 아무리 봐도 모델덕이 너무 큰 듯 하여 패스. 비키니도 있길래 호기심 삼아 클릭. 좀 민망하니 뒤로 가기. 몇 번 클릭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쳐온다.


너튜브에 검색해 본다. 수영복 추천. 그런데 남지 것보다는 여자 것이 더 많이 나오더라. 호기심에 클릭.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다시 뒤로 가기. 쇼핑앱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것저것 검색했다. 이 시간에 차라리 쇼핑몰에 들르는 게 낫지 않나 싶다가도 가격의 이점을 포기할 수 없으니..


마음에 드는 녀석 찾아서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아내랑 같이 상의하기로 했다. 내 안목을 못 믿는 편이라. 그리고 결정적으로 난 귀가 얇아서 누군가의 평가가 꽤나 중요하더라. 고쳐야 하는데 말이지.


별일 없이 쇼핑하고 잠깐 너튜브 보고 검색하고.. 뭐 그 정도 밖엔 안 했다. 모델들 사진 클릭한게 죄도 아니고. 문제는 크롬 아이디가 학교에서 쓰는 것과 공일하다는 거지.


포털에 들어가거나 뉴스를 읽으려고 하면 왜 광고창에 자꾸 내가 본 상품들이 나오는지. 처음에는 신기함에 클릭을 했는데 이게 내가 봤던 물품을 기억하고 계속 비슷한 물품을 추천해 주는 형식이란디. 이른바 알고리즘 기반 추천 광고. 게다가 쿠키라는 정보 사용에 동의했을 터. (동의안하면 자꾸 떠서 불편하다는게 함정)


모르고 클릭해도 일단 연관된 걸 보여주고 그걸 의식적으로 잘 참아줘야 하는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통에 정신줄 놔버리고 클릭하면 계속 비슷한게 떠버리고. 결국 너튜브에서는 관심없음을 일일이 눌러줘야 하고 쇼핑은 더 평범한 걸로 장바구니에 담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수영복 가지고 뭘그렇게 호들갑일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사무실에서 그런 사진이 모니터에 뜬다는 게 마음이 편치 않는 건 사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핸드폰 화면이 보여질 때도 있는데 그게 반대의 경우라면 해명하기도 민망하지. 아무튼.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서 무얼 보더라도 내 발자욱은 각각의 알고리즘 속에 잘 저장이 되니 함부로 돌아다니기가 참 어렵다. 연예계 기사 하나 클릭하면 죄다 따라오는 관련기사들. 읽다보면 한 시간은 훌쩍이다. 내 시간으로 돈을 버는 산업 구조기에 어쩔 수 없겠지. 그만큼 나도 영악해져서 내 시간을 빼앗기지 않아야 하는데.


함부로 궁금해 하지 않기!

쓸데없는 호기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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