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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청사록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벌레

공벌레 그리고 개미

by 투덜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운동장은 아이들의 목소리로 북적인다. 햇살이 제법 따가운데 체육하는 아이들의 얼굴은 환하다. 그 가운데서 호루라기를 불고 있는 선생님은 조금 지쳐보이기는 하지만. 바람이 살짝 차갑고 머리는 뜨끈하고 그늘에 오면 그래서 흘린 땀방울을 식힐 수 있는, 완벽한 5월이다.


창 밖으로 아이들을 보는데 다들 돋보기를 하나 둘 가지고 화단을 뒤지고 있다. 무얼하나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 옆에 계신 담임선생님께 실례를 무릅쓰고 아이들 속으로 끼어들었다.


벌레 찾아요


작은 생물 관찰하는 그 시간인가 보다. 3학년 과학 교과서에 나왔었지. 루페도 목에 걸고 돋보기로 살펴보면서 흙을 뒤적뒤적한다. 그래서 뭐가 나오려나?


공벌레 나와요. 저기서 잔뜩 봤어요. 그런데 다 죽어있어요.

개미도 있어요. 진드기도 봤어요. 징그러워요.

전 괜찮아요. 자세히 보면 귀엽던 걸요?

공벌레가 어디있어? 나도 보고 싶어? 어디야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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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외쳐대는 말들에 대꾸를 일일이 대꾸를 해 주었다. 공벌레는 햇빛이 있는 곳보다 어두운 곳을 더 좋아할 거라는 힌트도 함께. 그랬더니 우르르 햇빛이 없는 응달로 뛰어간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운동장 한 구석에서 공벌레를 수집(?)하던 아이가 생각났다. 그 녀석도 3학년이었겠지? 채집통에 하나 하나 담는 것을 보면서 자연은 그냥 그대로 놔두고 보는게 더 좋지 않겠냐고 일러주었었다. 나도 그 때엔 그렇게 수집을 했기에 막지는 못하겠더라. 그걸 깨닫는 것도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미안하다 공벌레야 지켜주지 못해서.


이제 이만큼 커버렸는데도 나는 공벌레를 만지기가 좀 그렇다. 아이들 - 일부이겠지만 - 은 손위에 올려놓고 이리 저리 굴리고 있다. 몇몇 아이들은 경외의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 맛에 더 과장된 몸짓으로 공벌레를 다룬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커 나가는 거겠지. 무언가 다른 행동을 하면 주목받을 수 있다는 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통용되는 법칙인 듯 싶다. 물론 그릇된 행동으로 관심을 끄는 녀석들이 가끔 우리들을 속상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돋보기로 개미를 태우는 아이들은 보지 못했다. 다행히 돋보기가 사물을 크게 보는 도구라고 배워서 그럴지도. 5학년때 빛의 굴절을 배우게 되면 아마 다른 용도로도 활용하겠지? 많이 배우고 안다는 건, 그에 따른 책임도 수반해야 한다는 것. 아이들에게만 통용되는 말은 아닐터.


정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초등학교 때 다 배우는 게 맞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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