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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청사록

싫어하면 안되나?

감정과 태도

by 투덜쌤

주토피아를 보고나서 글을 썼다. 차별과 혐오보다는 이해와 배려로 세상을 만들었으면.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싫어한다는 감정이 과연 불필요한 감정인지가 궁금해졌다. 싫기에 하지 않아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절제라는 게 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감정 중 싫다는 건 과연 나쁜 것일까?


모든 것을 다 좋아할 순 없다. 누구나 취향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 좋고 싫음은 그냥 감정일 뿐이고 그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면 그게 태도가 되는 거겠지. 그게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책이 생각나는 이유다. 아직 책을 못 읽어봤지만 소개하는 글을 읽으니 대충 감은 온다.


화면 캡처 2025-05-04 152434.jpg


마음에 드는 문장은 마지막 말이다. 감정의 조절.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 자체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내 감정이 무엇인지 상대방이 알 수도 없고. 그 감정이 밖으로 드러날 때 (태도가 될 때) 상대방은 그걸로 나를 평가하게 된다. 아무 근거 없는 싫음이라면 그게 혐오라는 거고, 편견이라는 거겠지. 그래 결국 내 감정은 내가 조절해야 하는 거였다.


싸우는 아이들을 잡아서 상담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쟤가 나를 화나게 만들었어요. 내가 화가 나는데 어떻게 해요. 누가 화를 돋구래요?


결국 내가 기분 나쁜 건 너 때문이고, 그러니 싸우는 것도 너 때문이라는 거다. 모든 책임을 너에게 두면 나는 '화를 내도 되는 사람'이 된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러면 안된다는 걸 이해시키는데 조금은 애를 먹는다. 차라리 애들이면 괜찮지 어른들이면 방법이 없다. 그렇게 '기분상해죄'는 계속 민원의 한 축이 되어 버린다.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그걸 일부러 좋아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다만, 싫어하는 감정이 오래 묵혀지면 나도 모르게 태도로 나오기도 하기에 내 실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다. 왜 싫은지 이왕이면 그 근원(?)을 찾아서 이해하고자 했다. 그래도 안 풀리는 건 어쩔 수 없더라. 그냥 그 상태로 고정. 싫지만 같이 일을 하는 동료로 남으면 그 뿐. 일까지 할 수 없는 사이가 된다면 내가 피곤해 진다.


다시 처음의 문제에 대한 답.

싫어하면 안되나? 싫어해도 된다. 하지만 드러내지 말자.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면, 뭐 싫어하게 놔두자. 그 사람을 위해 내가 바꾸려 애쓰지 말자.


그러고 보니 주토피아에서 닉이 주디에게 이야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네. 어지간히 이 영화 내가 감동적으로 봤나 보다. 노래로 마무리.


https://youtu.be/HHQXdILvsPE?si=q4PDD2xnj46kul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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