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태도
주토피아를 보고나서 글을 썼다. 차별과 혐오보다는 이해와 배려로 세상을 만들었으면.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싫어한다는 감정이 과연 불필요한 감정인지가 궁금해졌다. 싫기에 하지 않아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절제라는 게 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감정 중 싫다는 건 과연 나쁜 것일까?
모든 것을 다 좋아할 순 없다. 누구나 취향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 좋고 싫음은 그냥 감정일 뿐이고 그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면 그게 태도가 되는 거겠지. 그게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책이 생각나는 이유다. 아직 책을 못 읽어봤지만 소개하는 글을 읽으니 대충 감은 온다.
마음에 드는 문장은 마지막 말이다. 감정의 조절.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 자체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내 감정이 무엇인지 상대방이 알 수도 없고. 그 감정이 밖으로 드러날 때 (태도가 될 때) 상대방은 그걸로 나를 평가하게 된다. 아무 근거 없는 싫음이라면 그게 혐오라는 거고, 편견이라는 거겠지. 그래 결국 내 감정은 내가 조절해야 하는 거였다.
싸우는 아이들을 잡아서 상담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쟤가 나를 화나게 만들었어요. 내가 화가 나는데 어떻게 해요. 누가 화를 돋구래요?
결국 내가 기분 나쁜 건 너 때문이고, 그러니 싸우는 것도 너 때문이라는 거다. 모든 책임을 너에게 두면 나는 '화를 내도 되는 사람'이 된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러면 안된다는 걸 이해시키는데 조금은 애를 먹는다. 차라리 애들이면 괜찮지 어른들이면 방법이 없다. 그렇게 '기분상해죄'는 계속 민원의 한 축이 되어 버린다.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그걸 일부러 좋아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다만, 싫어하는 감정이 오래 묵혀지면 나도 모르게 태도로 나오기도 하기에 내 실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다. 왜 싫은지 이왕이면 그 근원(?)을 찾아서 이해하고자 했다. 그래도 안 풀리는 건 어쩔 수 없더라. 그냥 그 상태로 고정. 싫지만 같이 일을 하는 동료로 남으면 그 뿐. 일까지 할 수 없는 사이가 된다면 내가 피곤해 진다.
다시 처음의 문제에 대한 답.
싫어하면 안되나? 싫어해도 된다. 하지만 드러내지 말자.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면, 뭐 싫어하게 놔두자. 그 사람을 위해 내가 바꾸려 애쓰지 말자.
그러고 보니 주토피아에서 닉이 주디에게 이야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네. 어지간히 이 영화 내가 감동적으로 봤나 보다. 노래로 마무리.
https://youtu.be/HHQXdILvsPE?si=q4PDD2xnj46kule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