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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청사록

힙합과 랜덤플레이 댄스 사이

전교어린이회 공약 실천 현장에서

by 투덜쌤

아이들의 공약 중 하나였던 랜덤플레이 댄스. 짧은 동영상에서 늘상 봐왔던 그 행사(?)가 전교어린이회에서 주관한 행사로 변화한 건 작년부터였던 것 같다. 그 때에는 창피하다고 춤을 추는 아이들 외에는 다른 사람들은 못 오게 하더니만, 올해에는 누구나 올 수 있게 바꾸었다. 그래봤자 점심시간 15분 남짓한 시간밖에는 없는데.


그래도 아이들은 제법 모였다. 전학년을 아우르는 참가자, 그리고 그걸 응원하고 관람하려는 관중들까지. 체육관을 빙 둘러 앉아서 아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아는 춤을 각자 추면 된다. 재미있는 건 대부분의 참가자는 여자 아이들이었다는 사실. 뭐 방과후학교 (지금은 늘봄학교라고 이름을 바꿨지만) 방송댄스를 보면 전부 다 여자 아이들이니 당연한 듯 하다만.. 그래도 보이그룹도 있는데 좀 심하긴 하다. 다행히 관중들은 남자들도 꽤 많이 보이더라. 티볼이 남자가 많은 것과 비교해보면 뭐 그러려니 해야 맞는 거겠지?


노래가 하나 둘 울려퍼지고 아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우르르 몰려나와서 춤을 춘다. 신기하게도 빼지를 앉는다. 누구를 잡아 끄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군무가 아닐진데 어쩜 저런 한가지 동작으로 각을 맞추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 중에 제법 태가 나는 아이도 있다. 모자를 눌러쓰고, 까만 색 나시에 펑퍼짐한 청바지. 그리고 남방 하나를 살짝 늘어뜨린 채로 몸을 비틀어 대는데 제법 멋지다. 아이들의 시선을 한 눈에 받는다. 그래 이런 맛에 이런 걸 하는 거 겠군.


그 아이가 제일 잘 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노래에서 스타가 나왔다. 아이들이 노래를 알긴 하는데 춤을 정확하게 따라하긴 어려웠나 보다. 그런데 2학년 여자 아이가 나오더니 꿋꿋하게 춤을 춘다. 그리고 제법 정확한 동작으로 잘 춘다. 다른 아이들이 신이 났다. 새로운 스타의 등장으로 체육관은 들썩들썩. 그 아이는 아마도 오늘의 경험을 평생 잊지 못하리.


방송 댄스를 배우는 친구들은 수업 시간에 배운 노래가 나오면 다 같이 나와서 춤을 춘다. 그런데 배우지 않은 노래가 나오면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데 그 아이는 조금 다르더라. 춤 동작이 비슷하지만 뭔가 포인트는 없는. 아무래도 독학한 아이인 듯 싶었다. 어쩌면 춤을 보면서 혼자서 집에서 열심히 췄던 아이일 수도. 역시 즐기는 아이한테는 이길 수 없다. 오늘 그 친구가 정말 인상 깊었다.


나오는 노래들이 대부분 걸그룹 노래들이다. TV에서 봤던 약간은 덜 입은 복장과 여성의 신체를 강조하는 춤들이 조금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송댄스에 대한 내 감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굳이 저런 걸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미디어에 노출되는 많은 행사 속에서 아이들은 이런 문화를 접하고 적응하고 나름 발전시키고 있더라. 어쨌든 그것조차도 문화인데 너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았는지 반성도 했다. 아이들은 어떤 춤을 추던 그냥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보면 힙합이 유행했던 한 때. 그 때도 참.. 어른들 눈에 그 현상이 어떻게 보였을지. 소풍때만 되면 (아, 이렇게 이야기하니 연식이 드러나는구만) 마이클 잭슨의 춤을 추던 한 친구가 생각나기도 하고. 수학여행이 있고 수련회가 있었으면 이러한 끼들을 발산할 기회가 생겼을텐데, 시대가 이런 탓에 그런 기회들이 없어지니 이렇게 부활을 하나 싶었다.


오히려 좋은 거지. 평일에 학교에서 다양한 아이들과 함게 끼를 발산할 수 있다는 건! 요즘 아이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던 순간이었다. 가르치지 않아도 시대의 흐림에 따라 아이들은 참 잘 자라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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