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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청사록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역시나 관심

나도 많관부

by 투덜쌤

1.

어느 교실을 올라가려고 교실 복도를 지나갔다.

한 여자아이가 너무도 밝게 인사를 한다. 6학년인데도 배꼽인사를 하다니.

아이의 명찰을 보니 많이 눈에 익는다.

아, 지난 번 랜덤플레이 댄스를 할 때 맨 앞에서 신나게 춤을 췄던 그 친구구나.


"머리 잘랐네, 예뻐요"

"앗, 감사합니다~"


실은 남자라서 여자 아이한테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게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긴 한데, (이런 것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은 정말 싫지만) 아무 생각없이 튀어나왔고 다행히 아이는 그 호의를 너무나 고마워했다.


그렇게 고마워하니 나 또한 고맙다. 자주 아는 체를 해야겠군.


2.

선생님들과 교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오는 이름을 놓치지 않고 메모하는 편이다.

뛰어난 아이들도 있지만 말썽꾸러기도 있는 법. 뛰어난 아이들은 누구에라도 칭찬을 받기에 말썽꾸러기에 좀 더 눈이 가는 편이다. 그런 녀석들도 이름을 불러주고 웃어주면 좋아한다.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있고, 사랑을 주는 사람을 마다할 사람은 없는 듯 하다.

아이들이기에 좀 더 명확한 반응이 나와서 좋다.

어른들이었으면 좀 더 재고 경계하겠지.


결국 누구나 관심을 바란다. 그러니 그 관심 내가 다 주마.


3.

그 아이에게 주는 관심이 썩소로 돌아올 때 나도 쭈뼛거리곤 한다.

좀 친해졌다 싶었던 그 남자 녀석이 아무런 표정 없이 "안녕하세요"를 외치는데 나도 기분이 별로 안 좋더라.


그걸 인사라고 하는 걸까? 굳이 내가 그런 무례도 받아야 하나?

뭐 본인이 바쁜게 있었을까? 내가 인상을 찌뿌리고 있었나?


온갖 종류의 검열과 상상을 해 보지만 그 아이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기분 나쁜 상황에서 물어봤자 내 말이 곱게 나올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오늘은 접었다. 뭐 그 녀석도 기분 나빴던 일이 있을수도 있지.

다음에 만나면 물어보면 그만이다.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고픈 건 내 마음인거지 그 녀석의 마음은 아닐테니.


4.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서로에 대해 무관심해져 가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관심을 갖는다.

내가 관심있는 것만 계속 알고리즘으로 돌다 보니 관심있을지도 모를 선택은 처음부터 기회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관심있는 사람들 속에서 1등을 하기엔 정말 쉽지 않다. 좀 덜 관심있는 사람들과 함께 묶였을 때 나는 그 속에서 1등이 되고, 그러다보면 거기에 좀 더 집중하게 되고 그게 내 적성이 능력이 그리고 직업이 되기도 한다.


작다고 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그 공동체가 결국 학교에서 시작되는데, 요즘 학교는 학교폭력으로 친구들끼리 분리되고, 교권보호나 아동학대로 인해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까지 멀어지는 듯하여 안타깝다. 이게 일부사레이길 바라지만 어디선가 일어난 사건으로 서로가 위축되고 관심을 적게 가지려고 노력한다.


아무리 사회 트랜드라고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5.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그 관심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만 즐기기를 바란다.

누군가와 비교의 대상이 되는 순간 관심종자가 되어 버릴수도 있고

나의 관심을 남에게 강요하는 순간 꼰대라고 한 소리 들을 수 있으니.


적당히.

순리에 따라.

중용의 덕을 갖추고.




정말 나는 늙어가는가?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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