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놔두기로 했다. 누군가는 불편을 호소하겠지만.
1.
출퇴근할 때마다 거치는 그 통로 옆 베란다에 비둘기가 알을 낳았다.
하나인 줄 알았는데 두개나 된다.
엄마 아빠가 번갈아가면서 지킨다.
먹이를 주고 싶은데 유해조류라서 그러면 안된다고 하지?
실은 이 녀석들이 무얼 먹는지도 모르겠다. 설마 새우깡은 안 먹겠지.. (이거 몸에는 안 좋다며)
2.
저 베란다로 나갈 수 있는 창문이 있다.
창문 턱이 낮아서 그냥 문만 열고 나가면 바로 베란다다.
너무나 쉽게 내 손이 닿을 수 있는 그 거리다.
게다가 창문너머로 녀석의 모든 거동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그 녀석도 나의 모든 거동을 다 지켜본다.
그런 와중에 녀석들은 알을 품는다.
겁먹은 눈빛이 파르르 하다.
3.
사람들이 드나다니면서 얼굴을 마주쳐야 하고
택배기사의 택배 내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배달기사의 그릇 내리는 소리가 날 때에도
비둘기는 움찔 하지만 결코 피하진 않는다.
분명 불편한 자리일텐데.
언제든지 자기 둥지를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그 곳.
밤에는 갑자기 불이 켜지기도 하고 꺼지기도 하는 그 곳인데도.
이 녀석들은 그 곳을 선택했다.
몰래 자기를 공격하는 천적은 없는 곳이라서 그랬겠지?
고양이가 이 베란다를 올라올 일은 없을테니.
4.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나의 불안은 그냥 감수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그래 그게 부모의 마음일거다.
불안한 눈빛 속에서도 꿋꿋이 저 자리를 지키는 건
본능이겠지만 생명을 탄생과 보호라는 숭고한 의무때문이 아닐까.
안쓰럽고 지켜주고 싶다가도 그냥 놔두는 게 자연의 섭리인 듯 하여
그냥 지켜보고 있다.
5.
차마 내 손으로 떠나보내진 못하겠다.
관리사무소에 연락만은 하지 말아야지.
떠난 후에 조치를 취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