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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청사록

초등학교 남자 아이들에게 자전거란

예전에 춤추고 게임하는 것의 대용일까?

by 투덜쌤

슬슬 6학년 남자아이들이 말썽이다.


학기 초에 서로 경계하던 마음이 이제 완전히 풀어지는 시기이기도 하고, 문제는 5월을 지나면서 발생했지만 그래도 막을 수는 있었는데 학기말이 되어가면서 점점 그 정도가 높아진다.


남자 아이들은 서로 몰려다니면서 그 위세를 과시한다. 다른 아이들보다 더 낫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허세를 떨기도 하고, 쎄보이고 싶은 맘에 나쁜 말도 과감하게 한다. 그래야 아이들한테 인정받는다. 그게 언젠가는 나타날 성장과정이라고 생각은 한다. 다만 이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지.


초등학교는 학구를 조정했기에 아이들이 굳이 자전거를 타고 오지 않아도 된다. 짧은 거리를 타고 오는게 실익이 없을 뿐더러 타고 오더라도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헬멧을 쓰고 올리는 만무하다. 차도로 마구잡이로 타는 모습을 다른 아이들에게 보이고 싶은거지. 아니면 내 자전거가 비싸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것일수도.


몰래 학교 주변에 세워둔 자전거를 보고 있자니 꽤나 삐까번쩍하다. 10만원 내외의 자전거만 가져본 적이 있는 내 눈에는 얼마인지 가늠도 안된다. 얄팍한 자전거 바퀴에 가벼운 무게, 픽시 자전거, BMX 자전거, MTB 자전거.


인터넷에 보니 싼 건 40만원 정도에서 사겠지만 비싼 건 100만원 혹은 400만원 까지도 가더라. 픽시 자전거는 레이싱 입문용이라고 나오던데, 아이들이 그걸로 경주라고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올라타기도 버겹게 안장을 높이 올리고 미친듯이 타는 건가? 여럿이 떼로 모여서 공터에서 경주를 하는 건가? 갑자기 옛날 미국 영화가 생각나긴 한다. (제임스딘이 나왔던 영화였던 것 같은데)


그냥 아이들끼리 재미있게 노는 거야 뭐라고 하겠나? 문제는 그러면서 생기는 사소한 마찰들이 심각해 진다는 거다. 자전거를 빌려타다가 기스 하나라도 나게 되면 전체를 도장해야 하는 비용을 청구하지를 않나.. 고가의 자전거다 보니 수리비가 많이 들어가는 건 알겠지만 빌려주고 나서 넘어졌을 때 생기는 까임까지 비용청구하는 건 좀 아니다 싶다. 그런데 그게 아이들 사이에서는 정의라고 한다. 정작 부모님들은 이 내용을 모를때도 있더라.


이게 문제가 되면 결국 금품갈취가 되는 건데, 아이들은 왜 이런 사실을 모를까? 아니 부모님은 아이를 위해 사 준 비싼 자전거가 이렇게 운영(?)된다는 걸 알고 있을까? 마치 예전에 아이들이 다 비싼 패딩을 입으니 우리 애도 사줘야 한다.. 는 논리에 따라 가지 않는지. 자녀가 그토록 친하게 지내고 싶은 그 아이들로 인해 아이가 나쁘게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을지.


잘 모르면 전화드려야지. 그래도 이해해 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다만,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면박받을까봐 걱정은 된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할 도리는 해야겠지?


오늘따라 무지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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