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가 문제있는가?

가르치지 않는 학교, EBS 다큐프라임

by 투덜쌤

교육에도 유행이 있다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많은 양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교육의 미덕이었다. 그러자 기계화된 지식 전달에 반발하여 학습자의 흥미가 좀 더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흥미만 쫒는 생활중심의 수업보다는 학문의 코어를 발전시키는 (학자처럼 생각하자는) 학문중심의 수업이 유행하기도 했으며, 요즘에는 역량중심 혹은 활동중심 등 주로 학습자의 흥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학습자가 만들어가는 교육이 더 강조되는 듯 하다. 무엇이 옳으냐고? 교육을 예측할 수가 있을까? 교육은 투입을 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데에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시행해보고 오류를 측정하여 바꾸고 그런 과정들이 꾸준히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행이라는 말보다는 발전이라는 말이 좀 더 어울리겠네. 발전의 결과가 지금의 교육이라면, 이 교육도 바뀌어야 할 이유가 생기면 또 다시 발전해야 겠지.


평가의 발전

수행평가는 단순한 지필평가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바꿔보고자 생긴 것이다. 지필평가는 단순하다. 답안지에 답을 적어 맞고 틀리고를 세어보면 자신의 점수가 나온다. 수긍하기도 쉽다. 하지만, 그걸로 평가되지 않는 영역, 학생들이 있기에 새로운 수단이 필요했다. 그걸 발전시킨 게 수행평가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알고 모르고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아는 과정을 평가하는 것. 활동 결과물을 보고 평가하는 것. 이건 보다 아이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에 따른 적극적인 피드백을 주어서 아이들에게 학습에 흥미를 갖게 하고, 활동에 참여하게 하려는 것이다.


수행평가의 이상과 현실

그런데 지금은? 영상을 보는 내내 안쓰러울 정도로 아이들은 수행평가에 찌들어 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할 지라도 그게 너무 많아지면 안되는 건데 그런 내용없이 무조건 정책적으로만 밀어붙인게 아닐지. 모든 과목마다 40% 가까운 수행평가 기준을 들이대면, 갯수가 너무 많다. 조별과제 하다가 힘다 빠진다. 영상만들기, 신문만들기, PPT 만들기.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친 것은 맞는가? 그냥 해가지고 오라고 하니 아이들이 힘이 들 수 밖에. 다행히 과제형 수행평가가 금지된다고는 하는데 (2020 서울시교육청 업무지침) 이는 아이들을 위해서 정말 잘 한 일이다. 반대로 교사들은 더 고민거리가 생기겠다. 결국 가르치는 시간을 쪼개야 하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지 (많은 지식들을 어찌하라고) 궁금하다.


활동중심 수업과 지식중심 수업

보통은 활동중심 수업은 좋고, 지식중심 수업은 나쁘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 데이지 크리스토둘루 저, 페이퍼로드 출판사>를 읽고 교육적 충격(?)을 받은 터라 이번 EBS 영상에서 충격은 덜 했다. (책 소개 페이지에 들어갔더니 다큐프라임으로 방영되었다고 나오더라. 어쩐지 비슷한 내용이더라) 하지만 활동중심 수업이 나쁘다가 아니고 지식중심 수업이 잘못되었다도 아닌 듯 싶다. 결국 어떤 활동중심 수업이고 어떤 지식중심 수업인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영상에서는 지식중심 수업이 오히려 더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인다고 하지만, 그 지식중심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능력에 따라 결과는 또 천차만별일 것이 뻔하다. 마찬가지로 활동중심 수업도 적절하게 잘 설계하면 학업성취도를 높일 수 있으리라 본다.


그래도 재미있어야 할 것 아닌가

활동중심 수업도 알고 보면 학업성취도는 높은데 학습의욕, 학습동기, 학습흥미가 적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도입된 거다. 그 목표는 잘 성취하고 있지 않는가? 활동중심으로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의 참여도 흥미도가 확연히 높아지는 걸 교사도 느낀다. 물론, 그 활동에 학습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개별편차가 많이 나는 것도 부인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활동중심의 시작이 결국 학습자의 요구, 주체성에서 나온 것이니 결과만 가지고 비난하는 것은 좀 억울한 게 사실이다. 효율적인 면에서 따지자면 어찌 강의식 수업을 따라에 따라갈 수가 없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그토록 오랫동안, 그것도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거지. 그것을 부정하자는 게 아니고, 필요한 부분마다 함께 가는 게 맞는 듯 하다


학력과 흥미를 잡아라

이쯤되면 교사가 갖는 부담이 점점 커진다. 학력은 증진하고 학습자의 흥미를 높여야 한다니. 그것도 정해진 시간 안에서. 학습시간이 우리 나라가 적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수시간이 적은 건지는 한 번 더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학생들의 학습시간이 적지는 않을 듯 하다. PISA에서 보면 우리 나라 학생들의 학습시간은 다른 나라의 2배 가까이 되던데? 그런데도 결과가 좋게 안 나온다면. 그게 이상한거다. 그게 과연 교수시간이 적어서 그런걸까? 강의식 수업을 한다고 학력은 담보되지 않을 테고, 활동중심 된다고 학습에 소외된 아이가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과연 우리는 어느 길로 가야한단 말인가? 겨우 1화를 보았을 뿐인데 생각이 참 많아졌다. 이런.


방송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에서. 마치 영상을 본 것처럼 잘 쓰셨네.

http://blog.naver.com/jhs3576/22176315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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