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도 지겹다

틀렸다는 건 아니고. 변화가 필요한 때가 아닌지.

by 투덜쌤

역시 투덜대는 건 내 본질인가 보다. 오늘은 혁신학교에 대해 투덜대 보련다.


혁신학교는 보통 세가지를 이야기 한다.

학교운영혁신, 교육과정과 수업의 혁신, 공동체 문화혁신


학교 운영혁신은 학교가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서로 간에 의견들이 소통되고 공유되는지를 보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내 의견이 다가 아닌 니 의견도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학교마다 소통과 공유되는 구성원들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어디가 더 좋은 학교, 어디가 더 옳은 학교라는 말은 할 수 없을 듯 하다. 다만, 그러면서 가끔 내가 혹은 우리가 공무원이자 교육공무원인걸 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내 의견이 중요하고 니 의견이 중요하고 모두가 한 표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국가기관에 소속되어 있고,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 모든 것을 구성원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무시할 수 있을지. 이렇게 이야기하면 또 관리자의 편에서 이야기한다고 싫어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자신의 의견만이 선이라고 생각하고 열띤 주장만 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관리자모드라고 말하고 싶다. 아님 꼰대거나.


교육과정과 수업의 혁신은 교사로서 매우 아픈 부분이다. 다 함께 교육과정을 짜야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는 진도대로 교육과정을 나가기에 급급하다. 실은 좀 억울하기도 하다. 국가에서 가르쳐야 할 것들을 모두 정해주고서 우리가 무얼 더 하라는 건지. 게다가 수업의 혁신. 그래도 한 차시를 연구해서 몇 반을 써 먹는 중등교사와는 달리 매 차시마다 종목을 달리해서 아이들을 맞이해야 하는 초등교사에게는 좀 벅찬 이야기다. 매년 같은 학년을 하면 좋겠구만 학년의 편의성 혹은 그 학년에 어떤 요주의 학생과 학부모가 있느냐에 따라 학년선호가 갈리다 보니 자주 바뀌는 것도 현실이다.


평가의 권한은 늘 우리에게 있었지만, 평가의 주제는 늘 국가가 가지고 있고. 한 명의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 성장하는지를 평가하기에는 25명 가까이나 되는 학생들의 처지가 너무나 다양하고, 교과는 방대하며, 그 주제마저 너무나 많다. 아이들과 어울리고 생활하는 시간보다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눈으로 아이들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현실. 이상은 좋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나는 아이들과 같이 노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는 공동체 문화의 혁신을 부르짖는다. 하지만 제일 잘 나간다는 학생자치는 행사 중심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학생들이 다양한 행사를 계획해서 진행한다. 훌륭한 행사기획가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자치일까? 자치는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고 가꾸는 일이다. 그러려면 서로의 갈등이 있어 그것을 해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과연 초등학교에서 이런 일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초등학교 수준에서의 자치는 행사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고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나마 필요하다고 보는 건 학생들 스스로가 무언가 결정하고 실천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렇겠지. 중고등학생들은 좀 다르겠지? 거긴 모르겠다. 난 초등에 있으니깐.


그리고 교사들의 공동체. 교사들은 언제나 공동체였다. 교사들끼리 새롭게 연구하고 나누는 모임은 그리 신기하지는 않다. 지금도 하고 있으니깐. 학부모와 지역사회 공동체 활성화는 무얼 바라는 걸까? 학부모가 학교에 영향을 끼치길 바라는 건지 아니면 톡 까놓고 이야기해서 교육감 선거로 인해 그 분들의 인심을 얻기 위함일지. 학부모가 조직화되고 교육에 관한 이슈에 한 목소리를 낼 때면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과연 학부모로서 이야기하는 것일지 아니면 그냥 내 아이의 부모로서 이야기하는 것일지. 학부모와 부모가 다르다는 어떤 광고가 문득 생각난다. 모두가 학부모가 되길 원하지만, 실은 내 아이에게만큼은 부모가 될 수 밖에 없는 이 현실은 캠페인만으로는 변하지 않는다.


인헌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생각난다. 학생 자치를 배웠지만, 다른 생각을 포용하는 것까지는 배우지 못했다. 생각이 다르고 옳은 일이라고 믿으면 우리는 1인 시위를 하고 인터뷰를 하고 다른 단체들과 연대를 한다. 그 방식만큼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생각은 아쉬울 뿐이다. 설득의 여지가 없이 돌아서 버린 두 생각들. 그 생각들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타협을 해야 하지만 타협보다는 더 쉬운 투쟁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그 학생은 여전히 교육청 문 앞에서 텐트를 치고 있는지. 그걸 교육의 끝으로 봐야 하는지.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서 용서라는 말이 참 어렵게 느껴지는지.


혁신학교가 지겹다고 이야기한 것이 틀렸다고 표현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지나치게 그 방식에 대해 집착하고 있는게 아닌지에 대한 염려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제 무엇을 위한 혁신인지를 고민해 보고 그 내용을 채워야 하지 않을까? 혁신의 혁신. 절차의 문제가 아닌 내용의 문제로 들어설 때가 아닐지. 그리고 그 안에는 학생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아이들이 되어야 하는지, 그런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는지. 그것은 꼭 혁신학교가 아니더라도 생각해야 하고 논의해야 하고 지켜야 하는 게 아닐지.


오랜만에 철학적인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온다. 일요일에. 이게 모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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