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러 갔다

이 시국에 정말 죄송합니다...

by 투덜쌤


영화 6000원 할인권이 처음 적용된 날. 그 날 영화를 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영화관람권이 하필이면 다음 달이 마감이라서 늑장을 피울 수가 없었다. 영화관 홈페이지에 접속. 잉? 정원이 250석이 넘는 그 영화관에 남는 좌석이 100석도 안된다. 제길. 6000원 할인권에 사람들이 다들 영화보러 가는구나 생각을 했다. 평일에 가야 하나?


그래도 괜찮은 좌석이 있으면 볼까 하고 좌석예매현황을 눌렀다. 띄엄띄엄. 사람들 고약도 하네. 혹시나 코로나 위험때문에 둘이 안 앉고 띄어서 좌석을 예매했단 말이지. 독하다 독해. 그럼 평일에 보고 만다. 화요일 저녁에 누가 영화를 보겠어? 그런데, 화요일 저녁 오후 8시 영화좌석을 보는 순간 비슷한 좌석 배치에 놀라고 말았다. 그렇게나 많이들 본다고? 이 영화가 뭐라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실은 처음에 6000원 할인권과 영화관람권 중에 무엇이 더 경제적으로 이득인지를 따졌던 나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할인권을 많이 써서 영화관을 많이 갈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나 보다. 그러니 좌석이 얼마 없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사람들이 많이 본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자세히 살피지도 않고 섣불리 단정했다. 이런 젠장.


자세히 보니, 남는 좌석들은 죄다 띄어 있었고, 남은 좌석은 모두 다 비슷하게 100석 내외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좌석간 띄어 앉기를 진행한다는 문구가 이제 눈에 보이고, 100석이 남았던 그 영화는 실은 사람들이 별로 예매하지 않은 영화 중 하나였던 것이었다. 하긴 요즘 누가 영화를 본다고.


어찌되었던 이런 저런 연유로 나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나를 포함하여 20명 정도나 봤을까? 마스크를 내내쓰고 보는 영화는 많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눈물이 날때 좀 덜 창피했다는 장점도 있었다. 이 팔걸이가 니 꺼인지 내 꺼인지 고민하지 않는 것도 좋았고, 내 앞자리에 아무도 없으니 다리를 꼬다가 앞좌석 찬다고 모라할 사람 없어서 좋았다. 불필요한 핸드폰 진동소리, 화면의 빛, 심지어는 통화하던 무매너의 사람들도 없었으며 (아마 있었어도 몰랐을 듯. 워낙 넓게 퍼져 있어서) 모처럼 쾌적한 영화관람이었다.


아이러니 하다. 코로나로 피해도 보지만 코로나로 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확실히 예전보다 혼잡도는 줄었고, 집콕을 즐기는 나로서는 혜택들도 많아졌다. 그래서 코로나가 더 가길 바라는 건 절대 아니다. 여행을 맘편히 못 가는 것만큼 큰 스트레스도 없더라. 맛집을 가고 싶어도 많은 사람들때문에 걱정되고, 영화도 예전에 비해선 정말 뜸하게 보게 된다. 아니 볼만한 영화 자체가 상영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라니..


사람이 많아도 자유롭게 영화관에서 서로 웃고 떠들고 즐기는 세상이 빨리 다시 왔으면 좋겠다. 늦어도 내후년엔 가능하지 않을까? 빠르면 내년? 올해는 망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