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지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했던 내겐, 군대는 그닥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수도권에서만 생활을 했던 내게 강원도 산간의 날씨는 춥기 그지 없었으며, 각종 환경들은 속칭 ‘사회’라고 불리우는 것과 많이 동떨어져 있었기에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왜 늘상 걸어야 하는지, 왜 눈을 치우면 각을 잡아야 하는지, 왜 구보할 때 상의를 탈의해야 하는지,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 추운 겨울에 왜 밖에서 텐트를 치고 동상에 걸려야 하는지.
뭐, 불평을 하자면 끝도 없는 군대생활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원초적 삶은 경험하는 것이 인생에 나쁘지 않았구나라는 걸 깨닫는다.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느낌. 잘 이겨낸 사람들에겐 고참이라는 명분과 함께 삶의 최정점에 오른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하게 해 주는 곳. 어찌보면 입대하고 전역하는 그 순간이 인생의 축소판이 아닐지. 사회와 완전히 격리되어 그 곳만의 리그에서 잘 살아간다는 건, 다른 어느 곳에서도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자격증을 받은 게 아닌건지 생각해 본다.
자격증을 받는 거라 생각하면 나는 아주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중간이하였을 거다. 체력도 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그냥 잉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난 늘 내 존재가치를 의심받아야 했다. 물론, 고문관까지는 아니었다. 그게 위로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어찌 해서 군대를 제대했기에 딱히 군대에서 모범적인 선임은 못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군대에 다시 간다는 것만큼 공포스러운 일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군대의 경험이 모두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찌되었던 그 생경하고 자존감이 바닥이었던 그 경험은 내 삶의 밑천이 되었으니.
군대간 아들에게 무슨 말을 전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말을 꺼내어 보아도, 결국은 나때는 말이지라는 말로 들릴 수 밖에 없는 현실. 결국 잘 견디고 잘 지내라는 말로 대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요즘은 신교대인데도 전화도 오고, 위문편지도 보낼수 있고, 아이들 사진도 받아볼 수 있다. IT강국이라 모임도 만들어졌고, 자대에 가면 핸드폰도 쓸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월급이 40만원이 넘는다니, 다녀오면 거의 일년치 등록금은 마련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래도 처음 겪는 불편함, 부자연스러움 들이 만회되지는 않겠지. 우리 세대에 그보다 더 불편함과 부자연스러움들이 길들여져서 이런 상황이라도 감지덕지 하지만, 아들은 그럴리가 없을 거다. 그러면서 아들도 나중에 대학교에 가서 후배들에게 ‘군대란~’하면서 떠들겠지? 그게 바로 보수화 된다는 거고, 꼰대로 진화하는 중일뿐인데. 그것 또한 배워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제 주말이다. 전화가 오겠지. 막상 전화하면 딱히 할 말도 없는데 기다리게 된다. 아들은 5분이라는 부여받은 시간동안 쉽게 끊지 못하고 버티고 있더라. 남들이 하니까 녀석도 하는 거겠지만, 그 또한 안쓰럽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는 것에 목말라하며, 무언가 하고 싶다는 욕망을 조금이라도 키우고 나왔으면. 물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