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만 잘 지내렴
그 동안 빈둥빈둥하던 녀석.
대학은 열리지 않아 1학기를 통째로 날렸다.
원격강의를 받는 건지 내내 게임삼매경에 빠진 건지.
너무 분통이 나니 결국 한 마디를 하고 말았다.
너 2학기땐 그냥 군대가라
어차피 코로나가 일찍 끝날 것 같지는 않고.
원격강의라는게 말뿐인거지 실습은 없고 그냥 인강수준의 강의만 해대니 과연 대학등록금이 그리 많이 들어갈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도 들고.
사이버 상으로만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강의를 위한 채팅보다는 게임을 위한 디스코드 음성통화만 주구장창 해댈 것 같아
결국 군대라는 카드를 꺼냈다.
의외로 아들은 본인도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동의하고, 다시 그 빈둥거리는 삶을 몇 달을 좀 더 반복하다, 신병교육대로 떠났다.
보내는 날,
그 연병장으로 걸어가던 모습이 왜 그리 짠하던지.
입영도 드라이브 스루로 하는지 그냥 차에서 내보내야 하는 것도 안 스럽고, 준비물이 무언지도 모르고 부대 앞에 와서야 안내문을 받아서 미리 준비한 것과 비교하느라 짜증만 나고.
실은 그 짜증은 가기 싫었던 아들 마음과 보내기 싫었던 부모 마음이 다르게 변주된 건 아니었을까?
차의 창문을 내리고 아들을 향해 흔드는 손인사에 아들은 모자를 눌러쓰고 멋적게 고개숙여 인사하고는 들어갔다. 짜증을 내서 미안했을까? 아니면 갑작스럽게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을까.
생각해 보니 나도 입대할 때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보았던 것 같고. 그 눈물이 생각나서 첫 날 밤 침상에서 남몰래 숨죽여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 그렇게 경험은 쌓이고, 더 단단해 지는 거겠지. 새로운 경험을 쌓을 너의 그 새로운 길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