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핸드폰은 내 것이 아니오..
1. 최초의 온라인 수업, 이튿날이다. 게다가 어떻게 전국에 안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 수업 준비 안내는 공식적으로 3말 4초에나 있었다. 그러니 일선 학교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저마다의 능력과 노력으로 끌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소위 자신을 갈아넣어서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는 교사들이 있었다.
2. 4월부터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과 나눈 이야기의 주요 소재는 아이패드의 무궁무진함이다. 서로 어떻게 영상을 촬영하는지 질문하고 촬영된 영상을 공유하며 어떤 어플이 좋은지, 어떤 기기가 자신의 교과목에 효율적인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다. 촬영용 기기가 어느 학교는 일괄 지급되었고, 어떤 학교는 지급 예정이라지만 일선의 보통학교는 그럴 정도의 여력은 없다. 다만 우리 학교는 감사하게도 정보부에서 발빠르게 움직이셔서 국산 태블릿을 각 교과마다 3, 4개씩 배부해주셨다. 교사 1인에게 1대씩 배부된 것은 아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므로..
3. 아침조회부터 난항이다. 교사의 꽃은 담임이라는 말에 동의하지만 담임의 하루하루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들은 도대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교로 등교하면 어떻게든 얼굴 맞대고 잔소리를 할텐데 이건 소통의 창구가 아예 없어서 너무 서글프다. 그나마 올해 우리반 아이들은 담임의 공지를 꼼꼼하게 읽고 자기들의 속도로 잘 따라와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그 덕분에 오전엔 폰을 붙잡고 살더라도 오후엔 수업 준비와 행정 처리를 할 수 있었다. 고맙다, 1반!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운좋은 나의 이야기일뿐 다른 쌤들의 상황을 보노라면..
4. 수업 만들기를 하면 할수록 난감하다. 아이들이 들어줄까 싶어서 어떤 화려한 영상 편집 기술이 있을까 찾아보면 저작권이 발목을 잡고, 배우지 못한 전문용어에 좌절한다.
5. 그래도 어찌어찌 만들어져가는 온라인 개학이다. 물론 이게 어찌 흘러가니 얼마 안가서 수능 부정행위가 터졌다. 아...수능 감독이 어떤 자리인지 제발 한 번쯤 정책 만드시는 분들이 해보셨음 좋겠다. 그럼 사진으로 본인 확인하라는 옛날 방식은 금방에라도 없앨텐데... 또 교사 잘못이겠구나, 또 올해 수능김독 연수에서 학생 본인 확인 철저히 하되 민원나오지 않게 하라는 모순적 가르침을 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