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몰이와 SOLO 1편

1편 소몰이의 시작

by DANTE

<Inspired by a True Story, Some details have been changed>


어렸을 적 D의 살던 곳은 지역에서 시골 중에서도 손에 꼽는 시골이었다. 지금이야 비행기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지만, 어릴 적 D는 그냥 시골에서 흙장난이나 하면서 강아지랑 노는 걸 좋아하는 그냥 그저 그런 꼬질꼬질한 시골 동네 꼬마였다.


D가 기억하는 꼬꼬마 시절 동네는 당시 기준으로 보아도 상상 이상으로 주변보다 낙후된 시골 동네였는데, 낙후된 정도가 어느 정도였냐면, D가 선배들과 술자리에서 어렸을 적 추억들을 이야기하다가 '맞아 맞아 그랬었지.. 그런 게 있었지'하면서 맞장구를 치며 공감대를 느낄 때 D의 추억에 맞장구 쳐주던 사람들이 통상 D보다는 10~15년 정도 더 나이가 많은 선배가 될 정도였다.


D가 최근에 어릴 적 고향의 모습을 현실로 본 적이 있는데, 다들 한 번쯤은 가봐서 경기도 다낭시라고 부르는 베트남 다낭 여행에서였다. 대부분의 다낭 여행은 호이안에서의 하루 일정을 관광코스에 포함하는데, 다낭에서 호이안을 가봤던 이들이라면 가는 길에 논길이 펼쳐진 시골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그 길에 보았던 베트남 시골의 모습이 딱 D가 어렸을 적 보던 시골 모습이었다. 흙먼지가 날리는 농로와 마을 안길의 비포장 도로, 소로 밭을 가는 모습, 까맣게 그을린 아저씨가 담배를 물고 경운기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모습, '부르꾸'라고 불러야 더 자연스러울 시멘트 블록과 슬레이트 지붕으로 지어진 집, 살랑바람에도 소리가 나는 나무로 된 현관과 유리창, 차 안으로 들어오는 아궁이 불 피우는 냄새 등등등...


D는 그 베트남의 모습이 어렸을 적 모습과 얼마나 비슷했던지 호이안으로 가는 차 안에서 혼자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 시절 모습과 유일하게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동남아 특유의 검정 물소와 그 소로 밭을 갈고 있는 할아버지가 밭 갈던 것을 멈추고 핸드폰으로 통화를 한다는 점 정도였다.


D는 호이안의 검은 물소를 보며 문득 오래전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저학년 그 시골 풍경, 나이가 어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시에는 경운기를 마련하는 것이 대유행이었다. D의 동네에서도 경운기의 파급력은, 요즘으로 치자면 테슬라 전기차 정도의 신문물 급이었다. D의 아버지도 대세를 따라서 '오늘부터 신농업을 하겠다'며 경운기를 새로 뽑았고, D의 기억 속엔 그렇게 거금을 들여서 마련한 새 경운기를 어루만지며 뿌듯한 미소를 짓던 아버지의 모습과 밭을 갈던 노인의 모습이 겹쳐 보이며 아른거렸다.


그렇게 경운기가 들어오면서 D의 집에는 실업자가 한 명 생기게 되었는데 집에서 키우던 암소였다. 새끼도 낳고, 농사일을 도우며 한몫을 톡톡히 하던 소가 경운기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가 되어 외양간에 갇혀서 멍하니 마당만 바라보는 백수 신세가 되었다. 며칠은 그렇게 잠잠하게 잘 있나 싶었는데 소도 좀이 쑤셨는지 온 동네 떠나가라 울어재끼는 통에 도저히 집에 묶어만 둘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 소는 요새 어린이집을 다니는 꼬마처럼, 아침에는 들판으로 나가서 풀을 뜯다가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오는 유목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때 소의 등 하원 도우미 역할을 했던 게 D의 할머니와 D, D의 동생이었다.


오래전 일이고 어렸지만 D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항상 모든 일을 빨리빨리 하고 필요한 말 이외에는 잘하지 않는 요즘의 시선으로 본다면 사무적인 분이었다. 그래도 유난히 D 형제들에게는 가끔 낭만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새 말로 낭만 터지던 때가 바로 소 등하원 도우미를 하러 들판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그 시간이었다.


D는 할머니가 가르쳐 주었던 것들이 오래되어 기억이 바래긴 했어도 아직까지 몇 가지 것들은 유튜브 4K 숏츠 영상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기억들은 대부분 이런 것들이었다. 민들레 홀씨 불어 멀리 날리기, 강아지풀로 개구리 잡기, 풀피리 불기, 입으로 휘파람, 손으로 부엉이 소리 내기, 카우보이처럼 날카로운 휘파람, 야생 블루베리 찾기, 야생 라즈베리 찾기, 맨손으로 매미 잡는 법, 지네 잡는 법(한 마리 200원), 방아깨비 잡아서 노는 법, 일본말로 숫자 세는 법, 간단한 일본어 문장 주고받기, 저글링(D의 할머니는 왜인지는 모르지만 저글링을 매우 잘했는데 일본에서 배운 거라고 했다.) 등등등 유아 창의놀이교육에서부터 외국어, 음악, 경제, 실전 야생 생존법, 비행이론, 마술에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할머니와 함께하는 D의 소 등하원 시간은 참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D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갈 때쯤 할머니께서는 슬슬 D에게....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