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공생하는 방법

by 아이엠

나는 일을 할 때 AI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제거되지 않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할루시네이션의 가능성, 맥락을 벗어난 주장, 내가 의도하지 않은 관점이 문장에 섞일 수 있다는 우려가 항상 남는다. 무엇보다, 그렇게 만들어진 글이나 분석에 대해 누군가 질문했을 때 그 논리를 끝까지 설명하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크다. 그래서 나는 AI를 ‘대신 써주는 도구’가 아니라 ‘질문하고 정리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아이디어를 던지고, 구조를 점검하고, 빠진 논점을 확인하는 데까지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최종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내가 가진다. 이 방식은 속도 면에서는 손해일 수 있지만, 최소한 내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어떤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료한 인식을 유지하게 만든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사용 방식이 오히려 더 많은 공부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AI가 제시한 내용을 검증하려면 관련 배경지식이 필요하고, 서술의 흐름이 어긋났는지 판단하려면 핵심 개념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AI를 쓰기 때문에 공부를 덜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쓰기 위해 더 공부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AI는 나의 사고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의 사고 수준을 끌어올릴 때 가장 유용해진다. 문제는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인지적 위치에서 AI를 호출하느냐에 있다.


앤트로픽은 30일(현지시간) AI가 개발자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지만, 장기적인 역량 형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논문 ‘AI가 역량 형성에 미치는 영향(How AI Impacts Skill Formation)’를 온라인 아카이브를 통해 공개했다. 연구 결과, 코드 생성을 전적으로 AI에 맡기거나 점진적으로 의존한 그룹은 가장 빠르게 과제를 마쳤지만, 이해도는 40% 미만으로 낮았다. 반면, 코드 생성 뒤 설명을 요청하거나, 개념적 질문 위주로 AI를 활용한 참가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해도를 유지했다. 이 연구는 생성형 AI가 단기적인 과업 수행 속도와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성 이면에는, 사용자가 결과를 빠르게 얻는 만큼 그 과정을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특히 AI가 문제 해결의 전 과정을 대신 수행할수록, 인간은 답을 받아들이면서도 “왜 그런 답이 나왔는지”를 점점 추적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AI를 질문과 검증, 자기 점검을 위한 스캐폴드로 사용하는 접근에서는 학습자의 메타인지와 이해를 유지·강화할 수 있다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나는 이런 연구 흐름에 기대어, AI를 ‘대신 해결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 ‘사고를 점검하는 파트너’로 두려는 입장을 택한다.


결국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는 단순히 사용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사고의 주도권을 누구에게 두느냐, 다시 말해 사고의 에이전시를 인간이 끝까지 쥐고 있는가에 있다.


앤트로픽의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태도에 가깝다. AI는 이미 충분히 강력해졌지만, 그 사용 방식에 대한 인지적 규칙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생산성과 이해, 속도와 숙련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사고의 주도권을 넘기는 순간 AI는 도구가 아니라 대리자가 되고, 그때부터 공생은 서서히 종속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AI를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이 결과를 내가 설명할 수 있는가?”


만약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아직 내 사고가 아니라 AI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AI와 공생한다는 것은 더 많은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책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일에 가깝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 경계를 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참고 기사]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197






매거진의 이전글기획자의 진짜 무기는 배포가 아니라 검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