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시트로 시작하는 업무 자동화
자동 필사 PDF 생성 시스템이라고 하면 꽤 거창하게 들린다. 하지만 실제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예를 들어, 중국어 단어 하나를 입력한다고 가정해 보자.
외국어 단어를 입력한다.
난이도(초·중·고)를 선택한다.
Gemini API로 해당 단어가 포함된 문장 10개 + 한국어 번역을 생성한다.
그 문장을 자동으로 PDF로 변환한다.
이 네 단계가 전부다.
“콘텐츠 제작”과 “콘텐츠 설계”는 다르다
기존 방식이라면 어땠을까?
예문을 직접 찾는다.
번역을 정리한다.
워드에 복붙 한다.
줄 간격을 맞춘다.
PDF로 저장한다.
문장 10개짜리 워크시트를 하나 만들기 위해 최소 20~30분은 필요하다. 그런데 이 과정을 자동화하면, 단어 입력 → 버튼 클릭 → PDF 다운로드로 끝난다. 여기서 달라지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역할이다. 이전에는 사람이 “문장을 만드는 노동자”였다면, 지금은 사람이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 된다. AI는 문장을 만들고, 사람은 시스템을 만든다.
왜 앱스 스크립트를 선택했는가
웹 서버가 있는 사람은 자체 서버에서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구글 계정 + Apps Script를 사용했다. 왜냐하면, 별도 서버 비용이 없고, 배포가 간단하며, 구글 시트와 자동 연동 가능하다. 그리고 PDF 생성이 비교적 쉬고 구글 드라이브에 바로 저장할 수 있다. 특히 입력한 단어와 생성된 문장을 시트에 자동 저장하도록 설계해 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나만의 예문 코퍼스”가 쌓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스템은 미니 코퍼스 생성기이기도 하다.
만들 때 꼭 고려해야 할 설계 포인트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실제로 구현할 때는 몇 가지 설계 포인트가 있다.
① 폰트 문제
외국어 문장을 PDF로 변환할 때 글자가 깨질 수 있다. 특히 중국어(간체)를 포함하면 기본 폰트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Noto Sans 계열 폰트를 사용하고 가독성을 위해 폰트 크기를 13pt으로 고정했다. 그리고 문장 아래 필사 라인 2줄을 확보하도록 설계했다. 또한 이 워크시트가 언제 생성된 것인지 남기기 위해 바닥글에 생성 날짜를 추가했다. 폰트는 다른 환경에서 열어도 동일하게 보이는 구조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구현할 때 반드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② 프롬프트 구조를 먼저 설계하라
AI에게 단순히 “이 단어로 문장 10개 만들어줘”라고 하면 난이도 통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프롬프트에 다음 조건을 명시했다.
HSK 기준 난이도 반영
문장 길이 제한
해당 단어 반드시 포함
자연스러운 구어체
한국어 번역 포함
③ 데이터는 반드시 저장하라
입력 단어, 난이도, 생성 문장, 날짜를 시트에 저장하면 이 데이터는 나중에 난이도별 문장 길이 분석, 단어 사용 빈도 분석, 반복 학습 자료 자동 생성, 학습자 맞춤 문제 생성 등에 재활용할 수 있다. 즉, 이 시스템은 학습 도구이면서 동시에 데이터 수집 장치인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만들 것인가’다
이번 작업을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은, AI 시대에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코딩 숙련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문장을 생성하는 일 자체는 이미 모델이 충분히 해낸다. 그러나 어떤 단위를 입력으로 받을지, 결과물을 어떤 형식으로 정리할지, 생성된 데이터를 어떻게 축적하고 재사용할지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 영역에 남아 있다.
자동 필사 PDF 생성 시스템은 거대한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다. 단어 입력 → 문장 생성 → PDF 변환 → 데이터 저장이라는 흐름을 하나의 구조로 묶어낸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이 구조는 단순한 출력 도구를 넘어 학습 설계의 틀이 된다. 입력 값을 단어 대신 문법 항목으로 바꾸면 문형 훈련 도구가 되고, 주차 개념을 추가하면 자동 학습 패키지 생성기가 된다. 학습 이력을 누적하면 난이도를 조정하는 적응형 시스템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확장의 출발점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처음에 어떻게 설계했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나는 일단 한 번 만들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머릿속에서 가능성을 상상하는 단계와, 실제로 버튼을 눌러 오류를 마주하는 단계는 전혀 다르다. 구현 과정에서 폰트가 깨지고, PDF가 예상과 다르게 출력되고, 데이터 구조가 꼬이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때 비로소 “내가 무엇을 고려하지 않았는가”가 보인다. 그 경험이 쌓일수록, AI는 도구에서 설계 파트너로 바뀐다. 무엇이 가능한지 묻는 단계에서, 무엇을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단계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비로소, 다음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참고로, 구글 시트에 단어나 문장이 이미 있는 경우라면 구글 앱스 스크립트를 사용하여 시트의 내용을 바로 PDF로 변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