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AI에게 묻는다. “지금까지 나와 대화해 봤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람은 자신의 성격을 분석해 달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의 대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해 달라고 한다. 일종의 놀이처럼 번진 질문이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AI는 내가 남긴 말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기록 속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나의 업무 스타일과 대화를 바탕으로 나를 대표하는 퍼스널 컬러를 제안해 줄 수 있을까?”
시스템을 만들 때 컬러는 중요하다. 컬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어떤 색을 쓰느냐에 따라 사용자는 그 시스템을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차분한 색은 안정적인 구조를 암시하고, 강한 색은 행동을 유도한다. 컬러는 설명하지 않아도 시스템의 태도를 전달하는 언어에 가깝다. 그래서 기획을 할 때마다 나는 늘 한 번씩 고민한다.
“나에게 맞는 색은 무엇일까.”
이번에는 그 질문을 AI에게 던져보기로 했다. ChatGPT, Gemini, Claude 세 모델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세 모델이 공통으로 이야기한 색이 있었다.
바로 '딥 블루'. 조금씩 표현은 달랐지만 방향은 비슷했다.
ChatGPT는 신뢰와 권위를 상징하는 네이비에서 지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틸 블루까지 이어지는 팔레트를 제안했다. 전문성과 깊이를 강조하는 색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Gemini는 ‘겨울 스트롱’ 타입에 가깝다고 말했다. 냉철한 분석력을 상징하는 딥 블루를 중심으로 블랙과 레드를 더해 강력한 추진력을 표현했다.
Claude의 설명은 조금 달랐다. 지적인 네이비에 테라코타와 머스터드를 더했다. 절제된 연구자의 색이지만 그 안에 인간적인 온기를 담은 팔레트라고 했다.
세 모델의 설명은 서로 달랐지만 핵심은 비슷했다. 짙는 블루.
나는 AI에게 내 성격을 설명해 달라고 한 적은 있어도 색으로 표현해 달라고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세 모델은 거의 같은 색을 꺼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결과는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AI는 사람의 감정을 읽지 않는다. 패턴을 읽는다. 내가 어떤 질문을 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설명했는지 어떤 구조로 생각을 정리했는지 그 반복된 패턴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추정한다.
그리고 그 패턴을 하나의 이미지로 번역한다. 이번에는 그 번역 결과가 딥 블루였을 뿐이다. 생각해 보면 AI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고 묻는 질문은 조금 이상한 질문이다. AI는 나를 직접 본 적이 없다. 내 표정도, 목소리도, 걸음걸이도 모른다. 그럼에도 AI는 꽤 그럴듯한 설명을 만들어낸다. 이유는 단순하다. AI가 이해하는 ‘나’는 내가 남긴 데이터 속의 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반복해서 던진 질문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주제 내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 그 모든 흔적이 모여 하나의 패턴이 된다. AI는 그 패턴을 읽는다. 그리고 그것을 언어로, 이미지로, 때로는 색으로 번역한다. 그래서 어쩌면 AI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고 묻는 일은 AI에게 나를 분석해 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내가 만든 패턴을 다시 보는 일에 가깝다.
AI는 나를 해석하지 않는다. 내가 남긴 흔적을 다른 형태로 번역할 뿐이다. 이번에는 그 번역의 결과가 딥 블루였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아직도 나의 퍼스널 컬러가 딥 블루인지 다시 한번 질문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