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독일까? AI의 변화, 이제 어지러울 지경

by 아이엠

오늘 평소처럼 지메일을 열었을 때, 익숙했던 화면 우측에 생경한 창 하나가 나타났다. ‘지메일 스튜디오’ 혹은 ‘제미나이 사이드바’라 불리는 그 창은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내 메일들을 읽고 요약할 준비를 마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언젠가 오겠지' 했던 기술들이 이제는 내 업무의 안방 격인 메일함까지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구글 자동화로 열심히 만들어봤던 기능들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라는 허무함도 느껴졌다.


지메일.png


그리고 또 '오늘' 있었던 일이다. 유튜브 영상 큐레이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클로드(Claude)에게 코드를 요청했더니, 단순히 텍스트를 내뱉는 대신 갑자기 유려한 플로우 차트를 시각화해서 눈앞에 펼쳐 보였다. 순간 너무 놀라서 만들어지는 과정을 멍하니 쳐다봤다. 이것까지 한다고?



그뿐인가, 젠스파크는 내가 원하는 썸네일 이미지를 완벽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AI 툴에서 한국어는 깨지기 쉬운데 한국어 에러도 거의나지 않고 심지어 폰트도 딱 내가 생각했던 대로 뽑아준다. 중요한 건 난 그냥 2-3줄로 어떤 내용인지를 설명했을 뿐이다.


유튜브 영상 큐레이션.jpg


그리고 며칠 전 정보를 찾아달라고 부탁한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갑자기 웹 서핑 결과를 모아 정갈한 워드 보고 문서 한 편을 뚝딱 만들어 내놓는다.


무엇보다 나를 소름 돋게 한 것은 클로드였다. 클로드 코워크를 사용하던 중, 이 인공지능이 내 폴더를 열어 무려 '한글' 파일을 직접 수정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알다시피 한글은 토종 소프트웨어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글로벌 도구들과의 호환성이 극악무도하기로 유명하지 않았던가. 아예 열리지 않거나 깨지는 게 일상이었던 그 철옹성 같은 파일을 AI가 너무나 태연하게 열어 수정한 것이다. 이건 단순한 기능 업데이트가 아니라, 내가 알던 기술적 상식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쯤 되니 들었던 생각은 아는 게 독이라는 기분이다.


경이로움은 잠시뿐, 솔직히 말하면 '또 변했어?' 하는 피로감이 앞선다. 이제 좀 익숙해졌다 싶으면 AI는 보란 듯이 새로운 기술을 꺼내 놓는다. 지금껏 우리가 겪어온 기술의 속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건 진화가 아니라 폭주에 가깝다. 새로운 기능이 나올 때마다 '와, 편해지겠다'는 기대보다 '아, 또 공부하고 적응해야 하네'라는 한숨이 먼저 새어 나온다.


남들보다 앞서 도구를 만지는 즐거움도 잠시, 이제는 적응의 주기가 너무 짧아 숨이 가쁘다. 차라리 몰랐다면 이 속도에 등 떠밀려 뛰지 않아도 됐을 텐데, 아는 게 독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일 아침 다시 지메일을 열고, 클로드의 새로운 기능을 테스트할 것이다. 어차피 이 속도를 멈출 수 없다면, 적어도 ‘어디까지 따라갈 것인지’에 대한 기준 하나쯤은 정해둬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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