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퍼스널 브랜딩 (6) - 마지막으로 책을 써라

내 인생은 책을 쓰기 전과 후로 나뉜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책을 써서 큰 돈을 벌었다는 말이 아니다. 투자 대비 성과로 따지자면 책을 쓰는 일만큼 비효율적인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써야만 하는 이유는 너무도 선명하다. 손오공이 가진 능력 중 가장 부러운 마술 하나가 바로 분신술이다. 책은 수백, 수천 때로는 수만 명이나 되는 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들이 나 대신 나를 광고하고 홍보한다. 심지어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내가 자고 있을 때도 일해주는 분신들이다. 당신이 스스로를 브랜딩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당신의 이름이 적힌 책을 쓰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시작은 바로 기록이 되어야 한다. 당신이 직접 쓰든, 아니면 나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든, 책을 쓰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이른바 소스, 즉 기록이다. 인간의 기억력은 유한하다.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서도 수없이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억에 의존해 글을 쓰는 것은 미련할 뿐더라 비효율적인 것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글창고를 가지고 있다. 노트가 되었건, 녹음이 되었건, SNS가 되었건 한결같이 자신의 생각과 고민, 일과 성과를 기록하고 정리한다. 이것은 어느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록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스토리다. 책이라는 그 스토리를 텍스트로 옮겨 적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스토리에는 규칙이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유명한 스토리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이 규칙을 따른다. 그것은 위기와 극복의 경험이다. 위기 없는 성공은 재미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무리 소소한 이야기라 해도 문제 해결의 경험을 갖고 있다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혹할 만한 이야기의 공통점을 곰곰히 생각해보라. 그것이 연예이든 사업이든 일상사이든 이 규칙을 따르고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위기 극복의 스토리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평생 성공만 하는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아픔이 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상처가 있다. 같은 이유로 우리 모두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 스토리를 가감없이 기록하는 것이 책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중구난방 일기 같은 글을 읽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든 성공한 책은 하나의 선명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앞서 말한 하나의 단어, 즉 컨셉을 찾는 일이다. 이것이 책 제목이 되고 홍보 카피가 된다. 일벌을 불러 모으는 여왕벌의 페로몬이 된다. 매력 있고 팔리는 책을 만든다. 이런 이유로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일은 퍼스널 브랜딩의 '정점'이 된다.


책을 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할 것도 없다. 매일 매일 40개의 글만 써도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다. 특히나 요즘처럼 컴팩트하고 캐주얼한 책들을 선호하는 독자들을 위한 책은 이 40개의 꼭지로 충분히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당신이 세상에 말하고 싶은 40개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일 이 작업이 버겁게 여겨진다면 당신은 아직 책을 쓸 때가 아니다. 브랜딩을 할 때가 아니다. 아직은 좀 더 고민하고 노력하고 도전할 때이다.


책을 쓰면 팬덤을 모을 수 있다. 메시지만 선명하다면 분명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보통 책은 1쇄에 1000권에서 2000권 정도의 책을 찍는다. 2쇄를 찍는다는 것은 최소한 1000명의 팬덤을 모았다는 뜻이 된다. 그때부터는 독자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 그들에게 나의 지식과 경험, 인사이트를 전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런 동지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다름아닌 브랜딩이다. 세상의 수없이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브랜드가 되었다.


책을 낸다고 해서 반드시 출판사를 거칠 필요는 없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탈잉이나 크몽 같은 곳에선 지금 당장이라도 원고만 있다면 전자책을 만들어 팔 수 있다. 그조차도 어렵다면 브런치를 통해 가상의 책을 만들 수도 있다. 10개 이상의 원고만 있다면 비록 웹상이긴 하지만 책의 모양을 가진 가상의 출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을 '기록'해보자. 그 기록을 이어 '스토리'를 만들어 보자. 그 스토리를 압축한 하나의 '단어'를 도출해 보자. 그리고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독자를 만들자. 1000명의 '팬덤'을 만들자. 당신이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퍼스널 브랜딩 (5) - 동네에서 최고가 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