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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된 사람들 (1) - 김하경

그녀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병으로 쓰러졌다. 더 많은 수입이 필요했다. 무엇으로 돈을 벌어야 하나 고민하던 그녀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원생들에게 종종 만들어주던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던 아이들이 모습이 생각난 것이다. 첫 시작은 포장마차였다. 좋은 재료만을 엄선해 토스트를 구워 팔았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라 가격을 높게 받을 수도 없었다. 하나에 1,500원 하는 이 토스트는 1분에 하나씩 팔리는 청주의 명소가 되었다. '이삭 토스트'를 만든 김하경 대표의 이야기다.


3년 뒤 그녀는 이삭 토스트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가맹비나 교육비는 일절 받지 않았다. 2021년 2월 말 현재 이삭 토스트 매장은 813개에 이른다. 해외로도 진출해 마카오, 홍콩, 말레지아, 대만 등 4개국에 21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거대한 프랜차이즈 이삭 토스트가 아니라 김하경이라는 브랜드다. 이 사람을 빼놓고 지금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력하지 않고 버는 돈은 돈이 아니다."


가족과 생계를 위해 사업을 시작한 김하경 대표가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모토이다. 돈과 이익만을 생각했다면 이 브랜드가 과연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손님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그녀의 마인드는 사업을 전개하는 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일단 다른 프랜차이즈와 달리 이삭 토스트는 매출에 상관없이 단 11만 원의 가맹비만 받는다. 본사의 물류 마진도 최소한만 받는다. 기존 매장에서 300미터 이내에는 절대 신규 점포를 내지 않는다. '생계를 위한 정직한 사업'이라는 나름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김하경 대표를 생각하면 '생계'와 '정직'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가족을 위해 토스트를 구워야 했던, 그리고 '선생님이 만든 샌드위치가 맛있다'라고 했던 한 학생의 고백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노력 없이 번 돈을 멀리하는 원칙에서 알 수 없는 신뢰가 생긴다. 이런 스토리가 마케팅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졌을리는 만무하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이 지금의 이삭 토스트를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다. 그들의 스토리는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발견'된 것일 뿐이다.


규모가 작은 사업일수록 개인의 브랜딩은 더더욱 중요하다. 그 사람이 바로 그 브랜드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 비법 따위는 없다. 용인에는 커피와 쿠키를 파는 조그만 카페가 하나 있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은 나름의 원칙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손님이 들어올 때도, 그리고 나갈 때도 반드시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오로지 견디는 일이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후 이 카페는 팬덤을 만들 수 있었다. 5년 내 폐업률이 80%에 달하는 대한민국에서 이 카페가 꿋꿋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김하경 대표가 처음부터 브랜딩을 고민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을 손님에게도 확장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고스란히 스토리가 되었다. 스스로에게 지킨 '정직'이라는 엄격한 키워드는 이삭 토스트의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 정직하지 못한 큰 회사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 단어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경쟁력이자 차별화 요소가 되었다.


좋은 브랜드는 이렇게 선명한 철학(단어)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오래도록 지속하고 축적해갈 수 있는 인내와 끈기이다. 하루는 정직할 수 있다. 그러나 잠깐만 스스로를 속여도 되는 선택의 순간에 그것을 지키는 일은, 그리고 그런 선택을 지속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견뎌낸 사람들이, 기업이 브랜드가 된다. 그러니 동네에서 시작하는 가게라도 나만의 철학을 고민하자. 지치지 않고 그것을 실천하자. 이삭 토스트의 김하경 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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